춘천교사독서아카데미, 올해 ‘상상력’ 주제로 독서 활동 진행

오늘 여기, 칼퇴근을 던져버린 40명의 교사가 학교 도서관에 모였다. 의지와 용기로 반짝이는 눈망울이 되어 누군가의 강의를 열심히 듣고 있다. 서글서글한 웃음들이 오가는 이 따뜻한 공간의 주인공은 바로 춘천권역에 근무하고 있는 교사들이다.

2010년 20명의 교사가 자발적으로 참여해 결성한 ‘춘천교사독서아카데미’는 2011년부터 지금까지 12년째 이어지고 있는 교사들의 독서 활동이다. 단순히 강연만 듣는 것은 아니다. 사전 독서는 필수, 온라인 소통 공간 ‘패들렛’에 내가 그은 밑줄과 독서 및 강연 후기 탑재, 독서 토론까지 체계적이고 깊이 있는 독서로 지성을 나누는 심화 독서 활동이다. 독서와 연결하여 매년 4~5회 정기적인 강연을 들으며 고갈되기 쉬운 지혜와 신념을 충전하고 있다.

올해에는 모두 5강을 준비하였다. 챗GPT 시대, ‘교사는 무엇으로 살아야 하는가?’라는 고민에서 나온 주제가 바로 〈상상력〉이다. 1강은 고병헌 교수의 ‘교육적 상상력’으로 존재가 존재에 이르는 길 찾기, 2강은 안소영 작가의 ‘역사적 상상력’으로 현대사에 담긴 위로와 희망 찾기, 3강은 조해진 작가의 ‘문학적 상상력’으로 생애를 감싸줄 따스한 진심 찾기, 4강은 김누리 교수의 ‘사회적 상상력’으로 환멸의 시대를 넘어 전환의 대안 찾기, 5강은 이권우 독서평론가의 고전 읽기를 주춧돌로 하는 ‘철학적 상상력’ 만들기 등이 준비되어 있다.

“챗GPT 시대, 지식 정보를 축적하는 교육 행위는 AI가 월등하게 우월한데 교사가 왜 필요할까요? 더구나 평균 지식을 가르치는 암기식 교육의 야만적인 교육 행태는 PC와 인터넷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한데 말이죠. 굳이 우리가 불편을 감수하면서 학교라는 공간에서 왜 만나야 하는 걸까요?”

1강에서 고병헌 교수가 시민기자가 하고 싶었던 질문을 던진다. 강연을 듣고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상상력〉은 선생님의 실존적 질문이기도 합니다. 인공지능은 종種적 차원의 인간 특성에 초점이 맞춰진 존재이기에 인간의 일상적 삶의 방식까지는 대신할 수 있죠. 그러나 가장 강한 AI도, 가장 약한 AI도 뛰어넘을 수 없는 인간의 능력이 있습니다. 〈관계적 존재〉로서의 인간이 그것입니다. 인간적인, 인간다운, 사람답게 사는 법을 배우고 가르칠 수 있는 일은 인간 교사들만이 가능하지요. 그래서 인공지능시대에 사람이 더 중요한 것입니다. 미리 경험한 교사들이 아이들에게 새로운 세상에 대한 발자국을 보여주는 것이 교육이잖아요. 그렇다면 교사는 자신이 경험해 보지 않은 교육을 상상하려는 의지와 자신이 걸어보지 않은 삶을 살겠다는 용기를 갖추어야 하겠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상상하고 아이들과 함께 길을 내기 위해, ‘교육의 망치’가 되고자 교사들이 오늘 여기 모여 있던 거였다. 다음 강연도 교사로서 자기 이유를 찾아가는 깨짐과 깨우침의 시간이 되기를 기대한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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