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부터 많은 비가 온다는 소식에 서둘러 산책길을 탐방했다. 벚꽃 필 무렵 춘천시민이라면 누구나 의암호 산책길에 나가 걸어보고 싶은 유혹을 뿌리치기 어렵다. 보통은 공지천 주차장 쪽에서 춘천대교 방향으로 걷지만, 이번에는 춘천대교 방향에서 공지천 쪽으로 걸어보기로 한다. 공지천 쪽은 늘 차량이 많아 주차하기 어려운 반면 춘천대교 쪽은 주차가 비교적 수월해 자주 이용한다.

춘천대교 옆 카페 리버레인 앞에서 공지천 에티오피아 한국전참전기념관까지 걸으며 아름다운 의암호의 경치를 눈으로 호강하다 보면 춘천에 산다는 것이 더없이 감사하고 자랑스럽다. 에티오피아참전기념관은 2007년 에티오피아 전통가옥을 형상화하여 다시 지은 건물인데, 내부 전시를 한 바퀴 둘러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다. 1968년 에티오피아참전기념비 제막식이 열릴 당시 에티오피아 셀라시에 황제가 직접 방문하였다는 뉴스를 TV로 보았던 기억이 새롭다.

당시 셀라시에 황제가 ‘에티오피아 벳’이라는 이름과 황실상징인 황금사자문양을 하사하고 커피 원두도 보내주어 에티오피아 카페가 공지천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고 한다. 지금도 이곳에 가면 역사적 자취를 볼 수 있다. 카페 ‘이디오피아집’ 옆길 계단을 따라 내려가 다리 밑을 지나면 모양도 독특한 구름다리를 건널 수 있다.

공지천은 대룡산에서 시작해 의암호로 흘러드는 하천으로 원래 이름은 ‘곰짓내’였다고 한다. 공지천에는 퇴계 이황과 관련된 설화가 전해지기도 한다. 퇴계 선생이 동네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던 어느 날 강아지가 집으로 들어오더니 마루 밑에 앉아 귀를 쫑긋 세우고 가르침을 듣고는 며칠이 지나도 떠나지 않았다. 그렇게 3년이 지나 더 배울 것이 없다고 생각했는지 강아지는 자취를 감추었다. 강아지가 사라진 뒤 며칠이 지나 전복에 초립을 쓴 아이가 찾아와 큰절을 올리며 말하길, 자신은 용왕의 아들인데 공부를 게을리하여 용왕의 진노를 사게 되었고, 개의 탈을 쓰고 3년 동안 선생의 가르침을 듣고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는 것이다. 이를 감사히 여긴 용왕이 선생을 모시고 오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에 아이를 따라 용궁에 갔더니 용왕이 지푸라기 하나를 주면서 조금씩 잘라 반찬으로 먹으라고 했다. 다시 세상으로 나온 퇴계 선생이 지푸라기를 잘라 구우니 맛난 물고기로 변하였다. 퇴계 선생이 지푸라기 자투리를 개천에 던졌더니 수많은 물고기로 변했다. 그 물고기를 ‘공지어’라고 했는데, 공지천의 지명이 그렇게 생겨났다는 것이다.

 

공지천에 살았다는 공지어를 보면서 구름다리를 건너면 메타세쿼이아 나무가 줄지어 서 있는 작은 공원이 있다. 공지천 조각공원도 좋지만, 산자락 줄지어 서 있는 메타세쿼이아 나무 밑에 마련된 작은 쉼터에 앉아있으면 주변 공원에서 느낄 수 없는 독특한 호젓함을 느낄 수 있어 자주 찾는 곳이다. 살면서 가까이 쉽게 걸을 수 있는 좋은 곳들이 많아 더 좋은 춘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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