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임수 관동의원 원장

 

1931년 7월 29일 《조선일보》에 “도규계 선구 리임수 씨”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춘천 읍내 관동의원장 리임수 씨는 강원도 도규계의 선구자로, 7~8년 전부터 춘천 읍내에서 개업하여 일반의 신망이 두텁다고 한다. 씨는 일찍 경성의전을 마치고 여러 해 동안에 많은 경험을 쌓아 그 기술을 일반이 인정하게 되었으므로 100여 리 밖에 있는 사람들도 그곳에 의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곳으로 찾아온다고 하며 씨는 정직만을 위주로 하고 빈한한 사람을 동정하므로 일반의 신임이 날로 더하여 가는 중이라고 한다.”

‘도규(刀圭)’란 병을 고치는 기술을 말하는 것이니 ‘도규계’라면 오늘날의 의료계를 뜻한다. 위의 기사로 미루어 보면 춘천 관동의원은 경성의전 출신 이임수가 1923년 무렵 개원한 듯싶다.

이임수는 관동의원을 개원한 뒤 가난한 사람들에게 무료진료를 베풀면서 춘천 지역사회에 여러모로 공헌해 명성이 자자했던 것 같다.

1926년 10월 9일 있었던 춘천고보 맹휴사건이 일어났을 때 이임수는 학부형회의에서 학교 측과 학생 양쪽의 교섭을 책임지는 교섭 대표위원 중 한 명으로 선임됐다. 이임수 등 5명의 교섭위원은 맹휴 학생들을 관동의원으로 초청해 학생들이 맹휴를 철회하도록 설득해 학교에 돌려보내기도 했다.

춘천고보는 1925년 춘천공립고등학교로 이름이 바뀌었다가 1938년 다시 춘천중학교로 명칭이 변경됐다. 1938년 춘천중 재학생들은 항일비밀결사 ‘상록회(常綠會)’를 조직해 춘천과 만주 등지에서 비밀리에 활동하다 일본 경찰에 발각됐다. 상록회 사건으로 인해 모두 137명이 연행돼 백흥기가 옥사했는데, 1941년 다시 제2차 상록회 사건으로 이광훈·고웅주 등이 희생되는 등 세 차례에 걸쳐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

《동아일보》 1926년 10월 13일 기사.

 

상록회사건 이후 1939년 7월경 소위 ‘불량학생 일제검거’로 이임수의 아들 이란(李欄) 등 19명의 춘천중 학생이 경찰에 검거됐다. 1925년 춘천 신북읍에서 태어난 이란은 춘천중에 입학한 후 동료들과 함께 시내 북성당 서점에서 심훈의 《상록수》, 이광수의 《흙》 등 민족의식이 담긴 서적을 구해 읽은 혐의로 체포됐다. 이란은 1942년 3월 27일 경성지방법원에서 치안유지법 위반으로 단기 1년, 장기 3년의 형을 선고받고 인천소년형무소에서 옥고를 치렀다.

이임수는 일찍부터 여운형과 연결돼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들 이란이 경찰에 검거될 당시인 1939년 8월 23일 《조선일보》 기사에 따르면, 이임수는 일제의 병사부장 관계자회의에 춘천 대표로 이름을 올렸다. 아마도 아들의 검거에 따른 고육책이 아니었을까 싶다.

해방 이후 이임수는 좌파 계열인 ‘민주주의민족전선’과 ‘근로인민당’ 등을 통해 여운형의 최측근으로서 정치 노선을 함께 걸었다. 《조선일보》 1946년 2월 6일 기사를 보자.

“민주주의민족전선준비위원회에서는 4일 오후 2시 인민당 본부에서 위원회를 개최해 오는 2월 15일 결성대회를 열기로 결정하고 아래와 같은 부서를 발표하였다.

【사무총국】▲총국장 김두봉 ▲조직부 이강국 김세용 이기석 ▲선전부 이여성 이태준 임화 양재하 김기림 이원조 박치우 조중옥 재정부 최용건 안기○ 하필원 이임수 ▲조사부 김오성 정화여 이정구 송을수 ▲연락부 한빈 정노식 조한용 … ”

이임수와는 반대로 그의 형 이근수는 대표적인 친일파였다. 가미야 긴슈(桂宮瑾洙)라는 일본명을 가진 이근수는 조선총독부 관리와 중추원 참의를 지내 2009년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발표한 친일반민족행위자 705인에 이름을 올렸다. 이근수는 1913년 춘천농업학교를 졸업한 뒤 1915년 판임관 견습으로 관리 생활을 시작한 뒤 1931년 총독부 군수로 승진해 울진·양구·평강 등에서 군수를 지냈다. 이후 중추원 참의로 발탁돼 국민정신총동원조선연맹 강원도지부 평의원을 지내기도 했다.

《조선일보》 1946년 2월 6일 기사. 

 

1947년 7월 19일 여운형이 암살되고, 2년 뒤인 1949년 6월 26일에는 김구마저 암살됐다. 그해 12월 26일 한국전쟁을 6개월 앞둔 시점에서 근로인민당은 당수 장건상를 비롯해 이임수·김성숙·조한용·조동우 외 45명의 이름으로 과거 행동을 청산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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