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나보다 더 나은 오늘의 나 조소 전공자 박재현

 

 

서울에서 자란 박재현은 유학 생활을 하다가 13년 전 아버지가 계신 춘천으로 오게 되었다. 춘천살이를 하면서 현재 강원대학교 대학원 미술학과 조소 전공자로 공부하고 있다. 조각가를 꿈꾸며 개인전을 준비하고 있고 2022 춘천형 공공미술 프로젝트 참여 작가로 활동할 예정이다.

박재현은 미술을 전공한 부모님의 영향으로 같은 미술의 길을 걷고 있다. 조소를 선택하게 된 계기는 조각가 류인의 작품 덕분이었다. 조소는 조각과 소조를 아우르는 말이다. 그중에서도 박재현은 소조에 중점을 두고 있다. 소조는 묽은 재료를 사용하여 손으로 빚어가며 형태를 만들어내는 작업을 뜻한다.

박재현은 몰입하는 순간을 좋아한다. 몰입의 순간은 다양하지만, 흙으로 작업하면서 몰두하는 순간이 가장 즐겁다.

미술 공부를 하다 보면 여러 활동을 경험하게 되는데 그중에서도 효자동 벽화마을을 작업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우연히 벽화마을을 지나가다 보면, 그때의 추억들이 떠오르곤 하는데, 잠들어 있던 낭만이 살아나는 느낌이 든다고.

박재현에게 춘천은 천천히 가는 도시이자 문화가 살아있는 도시다. 서울에 비해 춘천은 여유로워서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춘천보다는 서울, 서울보다는 외국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춘천에서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이제는 다른 곳에 가면 피곤함을 느끼기도 한다.

춘천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은 서면이다. 어릴 적 추억이 많은 곳이기도 하고 한적한 자연을 볼 수 있어서 좋아한다. 집이 만천천 쪽에 있는 덕분에 자연과 가까이 지내고 있다. 가족 모두가 환경에 관심이 많아서 어릴 적에는 만천천 주변 쓰레기를 줍는 활동도 했다. 만천천은 소양강으로 합류되는 하천으로 결국엔 이 강이 흘러 우리 집 앞까지 온다고 생각한다. 하천이 오염되는 것을 볼 때 마음이 아프다.

박재현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며 사는 행복한 삶을 꿈꾼다. “오늘 하루를 사는 내가 어제의 나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길 바라요. 그래야 제 말에 힘이 실리고 떳떳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진중한 태도로 삶을 살아가는 박재현이 바라는 대로 매일 더 나은 사람이 되길. 훗날 많은 사람에게 영감을 주는 멋진 조각가가 되어있을 박재현을 그려본다.

editor 고유주

 

세상은 변하는데 저는 가만히 있으라고요? 계속 움직이는 사람 박진희

 

 

사회복지사로서 춘천에서 문화 사업을 펼치며 장애인들과 청개구리 연극단을 하고 있다. 포용력 있는 문화 콘텐츠에 관심이 많으며, 해야 하는 말을 주저하지 않음으로써 사회가 성장한다고 생각한다.

춘천이 법정 문화도시로 지정되었고 다양한 문화 콘텐츠가 생겨났지만 박진희의 고민은 늘어간다.

“문화 콘텐츠가 굉장히 많아졌는데도, 참여는 쉽지 않아요. 가입을 하고, 자기소개를 하고, 이력서를 써야 한대요. 누워서 앓고 있는데 어떻게 쓰나요? 집앞으로 찾아가 문을 두드리고 전화를 해도 귀가 잘 안 들리면 아무런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없어요. 그렇게 도움 받을 기회를 놓치는 분들도 계세요. 복지시설도, 누리는 사람도 한정적이죠. 문화도시라도 이런 건, 그저 어쩔 수 없는 건가요?”

우연히 장애인분들이 계신 곳에서 실습을 하게 된 박진희는 그때의 인연으로 장애인 복지와 관련된 일을 하게 되었다. 많은 업무에 지쳐 마음이 꽁꽁 얼면 어떻게 아시는지 전화가 온다. ‘선생님, 힘내세요.’ 그 한 마디에 마법처럼 미소가 번진다. 진심 어린 격려는 마음을 녹이는 힘이 있었다. 장애인들도 비장애인들처럼 거짓말을 하고,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하고, 사랑도 한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싱거운 농담에도 잘 웃는다. 그냥 이 사람들이 좋았다. 이유 없이 마음이 가는 특별한 마음. 그것이 사랑이 아닌가 싶다.

커리큘럼 안에 연극 보는 것이 꼭 필요한가요? 처음에는 질문을 받기도 했다. 그렇게 질문한 이를 설득해 함께 연극을 보러 갔다. 그리고 연극이 끝나자마자 필요성을 승인받을 수 있었다. 세상엔 이렇게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다른 사람에게는 안 보이는 것을 박진희는 본다. 가끔은 현장과 실무의 시선 차이로 인해 가슴이 막힌 듯 답답해질 때도 있다. 그러나 누군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아 왔던 기억으로 더욱 목소리를 낸다.

옛 근무지 근처엔 초등학교가 있었다. 장애인을 보고 초등학생들은 놀라서 황급히 도망을 갔다.

“학생들이 봤을 땐 낯선 모습이 당황스러웠을 거예요. 그런데 그분은 그냥 서 있었을 뿐이에요. 그런 상황들이 안타깝고 저를 참지 못하게 해요. 모든 것이 다른 게 아니라, 다른 특징이 있는 거예요. 생각해 보면 너무 당연한 말이지 않나요? 쉽게 생각하시면 돼요. 밥을 혼자 먹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고, 같이 먹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고, 다양한 사람들이 있잖아요. 그럼 물어보면 돼요. 물어보고 행동하면 돼요,”

새로운 시도에 있어 두려움은 없냐는 질문을 준비했었지만, 던지기 무색할 만큼 박진희의 의욕은 대단했다. 이외에도 회사를 마치면 연극과 줌바를 배우러 다니고, 3학년 복학도 하여 바쁘게 지내고 있지만 아직 하고 싶은 것이 넘쳐난다. 앞으로의 목표는 달팽이처럼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가고자 하는 길을 가는 것. 누군가는 부지런히 움직이는 박진희를 보고 아직 사회를 잘 몰라 그렇다고 말한다. 그게 아니라 사실은, 사회를 더없이 알기에 더 바삐 움직이는 것임을. 지금 이 순간에도 세상의 많은 박진희들은 쉬지 않고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끊임없이 변하는 세상이지만, 그럼에도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은 바로 이런 움직임 덕분이 아닐까.

editor 김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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