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춘천 전기요금 전국에서 제일 비싸…10촉짜리 전등, 월 1원25전
춘천전기주식회사, 1939년 경성전기주식회사에 사업 양도

춘천에 전깃불이 처음 켜진 게 언제일까? 정확한 날짜는 확인하기 어렵지만, 당시 신문 보도에 따르면 1925년 초봄 무렵 춘천에서 전등을 밝혔음을 알 수 있다.

《동아일보》 1923년 8월 15일 기사 편집.

1920년대 이후 춘천의 전기는 원래 경춘전기철도주식회사의 부대사업으로 추진됐는데, 사업이 지지부진하면서 지역에서 직접 주식회사를 설립해 추진하자는 논의가 일었다. 1923년 8월 6일 춘천심상소학교에서 일본인 5명(山中友太郞·村上九八郞·萩野新助·今泉善天·佐佐木喜市)과 조선인 5명(최양호·이동근·이원영·태응천·김영모) 등 모두 10명을 창립위원으로 선정해 춘천전기주식회사가 발기됐고, 이듬해인 1924년 4월 7일 마침내 자본금 5만 원(2천500주)의 춘천전기주식회사가 설립됐다. 이 중 당시 춘천의 유력한 사업가였던 최양호는 중추원 참의까지 지내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인물이다. 춘천전기주식회사는 그해 9월경부터 공사를 시작해 연말까지 준공, 1925년 1월 1일부터 전등을 가설할 예정이었다.

《조선일보》 1925년 1월 8일 기사 편집.

발전시설 공사는 순조롭게 진행됐다. 인천의 한 철공회사에서 발동기를 구입하고 철공회사에서 파견한 기사가 기계를 제작해 1924년 12월 28일 시운전에 들어갔다. 성적은 양호했고 관계 당국에 검사원을 제출해 새해 1월 중순에는 영업을 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시운전을 하려고 발전기에 물을 주입했는데, 실수로 물을 빼지 않아 1월 4일 밤 추위에 동파가 된 것이다. 그로 인해 새해를 맞아 전등을 밝히려던 계획이 2개월가량 늦춰졌다. 1925년 1월 8일 당시 기사를 옮겨 보자.

“춘천 전등 과실로 점등 연기책임문제도 생길 듯

강원도 춘천에서 5만 원의 자본금으로 전기주식회사를 창립하여 지난 1일부터 전등을 가설하게 될 듯하다 함은 이미 보도하였거니와 동 회사에서는 인천 모 철공회사로부터 발동기를 구입하고 동 철공회사의 기사가 출장하여 기계를 제조한 후 지난 12월 28일에 시운전을 행한 결과 성적이 양호하므로 관계 당국에 검사원을 제출하고 오는 중순경부터 영업을 개시한다는데 시운전 당시에 발동기를 운전하기 위하여 주관(注灌)했던 물을 뽑지 않았으므로 지난 4일 밤 추위에 그 물이 얼어 스프링 관이 파열되었으므로 동 회사 중역들은 지난 5일 오전 11시경에 역원 임시회를 열고 협의한 후 즉시 전화로 시운전 기사를 불러 사실을 말하는 동시에 책임문제를 결정하겠다 하므로 일반은 주목 중인 바 전등은 빨라야 2개월가량 연기되리라더라.”

《조선일보》 1932년 2월 24일 기사 편집.

1926년 4월 29일 춘천전기주식회사 제3기 정기 주주총회가 열렸다. 성적은 그런대로 양호했지만, 1925년 홍수로 손해가 많아 배당금은 겨우 3푼에 불과했다. 당시 춘천에서 전기를 공급한 지역은 읍내에 국한됐을 것인데, 전체 호수 1천762호 중 전기를 쓰는 집은 절반이 채 안 되는 853호에 불과했고, 전등 수는 2천587개였다. 10촉짜리 전등의 전기요금이 한 달에 1원25전으로 전국에서 제일 비싸 일각에서 전기 수요를 늘리기 위해 요금 인하책이 제기되기도 했다( 《동아일보》 1926년 5월 2일).

당시 발전기 연료는 목탄이었다. 50kw 발전기가 고물이라 고장이 자주 나 한 번 고장이 났다 하면 금방 고치지 못해 며칠씩 애를 먹어야 했다. 막대한 양의 나무가 소모돼 삼림 피해도 막심했다. 1년 동안 발전에 필요한 목탄이 5만6천여 관. 1관을 약 4kg으로 보면 200t이 넘는다. 이에 따라 1930년 이후 발전 연료로 목탄 대신 중유를 사용하게 됐다.

1932년 3월경 신북면 천천리 지역에서도 전등을 켤 수 있게 됐다. 약 3천500원의 사업비를 들여 10촉광 환산으로 약 100개 정도의 전등이 공급됐다. 그러나 정작 중간 지역에 있는 우두리 지역은 그때까지는 전기가 공급되지 못했다.

1939년 4월 1일 춘천전기주식회사는 47만5천 원을 받고 경성전기주식회사에 사업을 양도했다. 5만 원으로 시작한 춘천전기주식회사의 당시 자본금은 17만 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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