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진 독자위원회 부위원장

국내 굴지의 신문사 사옥에 들어서면 ‘다문궐의(多聞闕疑) 신언기여(愼言其餘)’란 여덟 자가 있다는 글을 본 기억이 난다. 많이 듣되 의심나는 것은 제외하고, 나머지도 삼가 조심해서 말하라는 부탁의 말을 완곡하게 《논어》의 구절을 인용해서 한 것이리라. 

자장은 나라의 녹을 먹는 공무원이 되는 방법이 궁금해서 선생님께 물었다. “우선 많이 들어야 해[多聞]. 그중에 조금이라도 의심이 나는 것이 있거든 그것을 제외해야 된다[闕疑]. 나머지 믿을 만한 것도 조심조심 살펴서 말해야 해[愼言其餘]. 그래야 잘못이 적게 되거든. 또 많이 보아야 한다[多見]. 그중에 위태로운 것은 빼버려야겠지[闕殆]. 나머지도 삼가서 행해야 하고[愼行其餘]. 그래야 후회할 일이 적어진다. 말을 하는데 잘못이 적고, 행함에 후회할 일이 없으면 녹(祿)은 절로 따라오는 법이거든.” 공자 선생님이 답변한 전문이다. 

공무원이 되는 방법을 질문했는데 답변이 좀 생뚱맞다. 구체적으로 무슨 과목은 이렇게 공부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뜬구름 잡듯 원론적인 태도에 대해서 말할 뿐이다. 일반적인 해법보다 묻는 사람에게 맞는 족집게 처방을 내리는 것으로 유명한 공자였으니, 아마도 자장은 내실을 다지는 신실함이 부족했을 가능성이 크다. 내실이 부족한 사람은 벼슬길에 나가더라도 언행을 삼가지 않아 금세 뉘우치고 후회할 일을 만들 테니까, 그것을 염려한 것이다.

공무원 대신에 신문사를 대입시켜도 마찬가지다. 정보의 홍수시대란 표현은 이미 오래되었다. 미디어와 인터넷의 발달로 정보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가짜 정보도 급격히 증가했다. 전체 혹은 일부분을 사실이 아닌 정보로 만든 가짜뉴스는 경제적, 정치적 이익을 위해 정보를 조작해 대중에 유포된다. 신문에 팩트체크가 나란히 실려야 믿을 정도가 되었다. 수많은 정보 중에 믿을 만한 것만 가려서, 신중하고 책임 있는 말을 해달라는 공자의 말은 가짜뉴스가 쟁명하는 시대에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정보가 아니라 정보의 신뢰성을 판단하는 능력이 경쟁력인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어느 신문사에 걸려 있는 ‘다문궐의 신언기여’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그 신문사는 의도적으로 가짜뉴스를 생산하기도 하고, 정파적 시각으로 독자를 오도하기도 한다. 양심이 있는 기자가 근무한다면 걸려 있는 논어 구절을 떼어냈을 것이다. 

《춘천사람들》에 대해 가감 없이 비평해 달라고 주문한다. 난감하다. 흥미롭게 읽은 기사가 생각난다. 러시아 출신으로 ‘고려인’ 연구자라는 바딤 아쿨렌코의 <춘천살이>가 신선하다. 외국인 노동자나 다문화가정에 대한 소식도 궁금해진다. 춘천을 좀 더 깊이 알 수 있는 <생태나들이>, <춘천의 맛과 멋> 코너도 꼼꼼히 읽었다. 다음 기사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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