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보용 힐라리오· 죽림동성당 신자

“역사를 잊으면 반복된다.”

“전두환 군부정권부터 윤석열 ‘검부정권’까지 우리는 잊지 않고 알고 있다.”

“역사를 거스르는 자는 끌고 가나, 순응하는 자는 태우고 간다.”

“무능 무지 윤석열은 퇴진하라!”

1987년 전두환의 ‘4·13 호헌조치’ 이후 “동장에서 대통령까지 우리들의 손으로”라는 구호가 처음으로 등장한 후 천주교 춘천교구의 박영근·최원석 신부 등 15인이 그해 5월 11일부터 “호헌철폐”와 “독재타도”를 외치며 단식기도에 돌입했었다. 그 후 36년 만에 춘천 애막골성당에서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다시 모여 불공정하고 몰상식한 대통령의 퇴진을 외쳤다.

어버이날인 지난 8일 저녁 7시, 애막골성당에 모인 천주교 신도와 시민들은 시국기도회를 통해 무능하고 무지한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다. 시국기도회 참가자는 40여 명의 사제단과 20여 명의 수녀를 포함해 500여 명에 달했다. 문형기 신부의 주례로 시작된 시국기도회는 김학배 신부의 강론과 민주노총 강원본부 건설지부의 김현웅 사무국장의 발언으로 이어졌다. 발언이 끝난 후에는 근로자의날에 분신해 사망한 건설 노동자를 추모하는 춤꾼 백형민 씨와 풍물패 팡타스틱의 문화공연이 이어졌다. 

맨 마지막에 “발본색원이 답이다”라는 제목으로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성명서가 울려 퍼졌다.

사제단은 성명을 통해 “연이은 외교 실패, 숱한 논란에 대한 거짓 해명, 경제위기 속에서 부자감세·복지축소를 강행하는 민생 이반, 대통령 부부의 비리는 눈감아주고 야당 대표 수사에만 몰두하는 공작검찰, 대통령 전용기 MBC 탑승 배제, YTN 민영화 추진 등 언론자유 파괴, 공공 자산 민영화, 중대재해처벌법·노란봉투법·안전운임제 등 노동 인권 묵살, 사고 예방과 구조에 실패했으면서 진상 규명을 외면하는 ‘이태원 참사’를 지켜보면서” 그저 묵묵히 기도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어서 대통령이 자신의 본분을 깨닫고 도리에 충실하기를, 그래서 피와 눈물로 이룩한 민주국가의 체계와 제도를 무너뜨리지 않기를”, 그리고 “사람들의 울화와 환멸이 낙심과 무관심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빌었다.   

그러나 대통령이라는 자는 “번뇌와 망상을 키웠을 뿐 잘못을 뉘우치거나 마음을 바로잡으려는 아무런 성의도” 보여 줄 생각이 없다. 미국에 가서 바이든을 만나고 일본 총리 기시다가 우리나라를 찾아왔지만, 분명한 것은 대통령라는 자가 “대한민국을 어둡고, 위험하고, 가난한 나라로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우리의 양심과 그리스도의 사랑이 그만 침묵을 깨고 어서 행동하라고 우리를 재촉한다.

최근 철근공인 속초 청호동성당의 미카엘 형제가 스스로 몸에 불을 지르고 목숨을 끊었다. 노조 탄압을 일삼는 대통령에 대한 항의였다. 이태원 참사 때도 건성이었던 대통령실은 “다시는 이런 불행한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기 바란다”라고 남 말하듯 할 뿐이었다. 이제 오직 발본색원만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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