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다시 오월을 기억하다
춘천, 다시 오월을 기억하다
  • 박종일 기자
  • 승인 2023.05.23 11: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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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민주화운동 43주년 사진전·다큐상영 등
최윤 이사장, “우리가 누리는 모든 것 당신들 덕분”

지난주 춘천에서는 5·18 민주화운동 43주년 기념행사가 다채롭게 열렸다.

이번 행사는 ‘오월의 어머니, 아버지께’를 주제로 삼았다. 시민이 5·18 민주화운동 정신을 일상으로 계승하고, 민주화운동이 역사에만 머물지 않는 일상의 민주주의로 확대될 수 있도록 유공자와 유가족, 시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행사로 진행됐다. 강원도와 강원민주재단·강원서부보훈지청·강원도 5.18 민주화운동 유공자 동지회가 주최하고, 강원민주재단·강원서부보훈지청·춘천YMCA가 주관했다. 춘천시 청소년수련관이 행사에 협력했다.

왼쪽부터 다큐멘터리 <스무살>의 주인공인 1980년 당시 강원대 80학번 김래용·김두기·박종민 씨. 맨 오른쪽은 남혜인 감독.
 

‘5.18 민주화운동 사진전’은 ‘오월에서 유월로’를 제목으로 지난 20일까지 시청 로비에서 열렸다. 《강원일보》가 보유한 1980년 당시 춘천지역 대학의 민주화 투쟁 모습이 당시 오월을 생생하게 오늘에 전했다. 또 1987년 6월 춘천에서 펼쳐진 민주화 투쟁 현장 사진과 5·18 기념재단, 5·18 유공자회,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제공한 민주화운동 관련 사진들이 피와 눈물로 쟁취한 민주주의의 가치를 다시 일깨웠다.

최윤 강원민주재단 이사장은 ‘오월의 어머니·아버지께’라는 편지형식의 인사말에서 “우리가 누리는 모든 것들이 당신들의 덕이었듯이 아이들이 살아야 할 미래가 우리의 책임임을 알고 있습니다”라며 “다시 오월을 맞아 당신의 의연함으로 자식의 자존과 미래를 지켜주신 그 이름 가만히 불러봅니다. 어머니, 그리고 아버지”라고 말했다.

18일에는 카페 ‘올훼의 땅’에서 다큐멘터리 〈스무살〉(감독 남혜인)의 상영회와 토크쇼가 열렸다. 작품은 5·18 당시 강원대 새내기였던 학생들(김두기·김래용·박인균·박종민)의 5·18 민주항쟁에 대한 증언을 토대로 만들어진 다큐멘터리이다. 이들은 강원대 민중문화연구회에서 선배들과 함께 민주화운동을 위한 시위를 준비하던 중 계엄령이 전국으로 확대되면서 1980년 5월 18일 0시 무렵 신군부에 의해 춘천 보안대 지하실로 끌려가 한 달이 넘도록 모진 고문을 당했다. 

김래용 씨는 복학 후 미국에 광주학살의 책임을 묻기 위해 박인균·이헌수·정재웅·황기면 등과 함께 1982년 4월 강원대에서 성조기 소각투쟁을 벌이다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되기도 했다. 이후 노동운동을 주도해왔으며 현재는 춘천의 한 아파트에서 관리소장을 맡고 있다. 박인균 씨는 복학 후 성조기 소각 사건으로 구속됐다가 학교를 떠나 광산노동자로서 광산지역 민주화를 위해 헌신했으며 제10대 강원도의원(더민주·강릉)을 지냈으며 현 강원민주재단 이사를 맡고 있다. 김두기 씨는 복학 후 홍천에서 전국농민회총연맹 활동을 하며 우루과이라운드 반대 투쟁 등을 펼쳤다. 현재 사회적기업 ‘홍천한우 사랑말 유통 영농조합법인’에서 일하고 있다. 박종민 씨는 졸업 후 YMCA 등 다양한 사회활동에 참여해오며 서울에 살고 있다.

다큐멘터리는 국가의 폭력에 당당히 맞선 평범한 청년들의 이야기를 통해 5·18민주화운동이 춘천에서도 있었음을 알린다. 이들은 “5·18민주화운동을 광주지역에 가두려 하거나 폄훼하는 행위를 침묵할 수 없었다. 새로운 역사를 위해서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과거도 기억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20일에는 5·18 민주화운동 43주년 기념식과 청소년 도전 골든벨이 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렸고, 같은 날 오후에는 몸짓극장에서 박완서 원작의 낭독극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이 공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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