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이라 그런지 거리마다 모임과 알림의 현수막이 나부낀다. 고등학교 등반대회, 체육대회 현수막이 많이 보인다. 고교동문회를 비롯해 감사의 행사가 많다. 5월에는 특히 스승의 날이 있어 그런지 이럴 때 꽃이 활짝 피는 나무가 있다. 

옛 춘천여고 자리의 백합나무다. 독특하게 생긴 꽃이 피었을까 생각하며 들렀다. 춘천에서 가장 오래된 백합나무다. 물론 춘천여고의 교목으로 이곳을 졸업한 많은 여고생들이 추억을 간직하고 있었을 것이고 이 백합나무도 함께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이 나무는 춘천여고의 개교 전 1923년 4월 진주농고에서 옮겨 심었다. 춘천여고인들에게 성실·순결·봉사의 정신을 배우게 하고 만남·배움·성장의 정신을 쉼 없이 지키며 옛 교정에 우뚝 서 있다. 백합나무 아래에는 아직 의자도 그대로 있다. 교목 목백합이라는 표지석도 그대로 있다. 지금은 시청 별관으로 사용하고 있어 교정은 주차장이 되어 있으나 백합나무 홀로 서서 옛 교정을 내려다보고 있다. 나무가 있는 작은 화단에는 꽃마리가 바닥을 가득 메우고 키가 훤칠한 지칭개가 도도한 꽃대를 삐죽 내밀고 있다. 가장자리에는 노란 병아리 마냥 애기똥풀이 활짝 반긴다. 

백합꽃은 파스텔로 칠한 튤립 같다. 실제로 튤립나무라고도 불리었다. 황금색 꽃잎 중간에 삐죽삐죽 파스텔톤으로 주황색 띠를 두르고 있다. 꽃잎 안에 암술은 우뚝 솟아있고 수술이 빙 둘러 있다. 키가 커서 꽃잎만 보이고 꽃술은 보기 어렵다. 이런 백합나무는 지금 춘천여고 교정에도 어린나무가 있고 만천초교 가는 길에 가로수로 심어져있다. 아직 어려 꽃을 피우지는 않는 것 같다. 

꽃을 보려면 레고랜드 둘레길 고인돌 가기 전 담장 안쪽에 몇 그루가 꽃을 활짝 피우고 있고 후평동 호반초교 가기 전 공원, 한림성심대학교 진입로, 대룡산활공장 가는 길에 폐광산을 지나서 길 양옆으로 많이 자라고 있다. 시간을 내서 가까운 곳의 백합나무를 찾아 꽃을 확인하며 파스텔톤 추억에 빠져보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저작권자 © 《춘천사람들》 - 춘천시민의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