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트빛으로 얇게 칠해진 아침이 다가온다. 상쾌한 바람이 도로를 내달린다. 지인으로부터 아트프라자에서 전시회가 있다고 해서 아침 길을 서둘러 전시관으로 향했다. 따가운 햇살이 차창에 부딪혀 눈이 부시다. 곧 여름이 밀어닥칠 기세다. 팔호광장을 지나 춘천여고 길로 올라 춘천 미술관에 주차를 했다. ‘사진 너머의 사진’이라는 타이틀로 강릉의 사진 모임인 사진나무에서 춘천 원정 전시회를 하고 있다. 

미술관 앞에 나무 한 그루가 덩그러니 쓸쓸하다. 그 나무에 말 그대로 꽃이 대롱대롱 매달려있다. 한 해에 두 번 꽃을 피운다는 위성류다. 원래 이 나무 얘기는 계획에 없었는데 와서 보니 꽃이 예쁘게 피어있어 이야기한다. 이 꽃은 5월 묵은 가지에 꽃을 피우고 그냥 지며, 가을에 새 가지에 꽃을 피워 열매를 맺는다. 1년에 두 번 꽃을 피우는 희귀한 나무다. 

미술관의 역사를 한 몸에 새겨놓은 뜻깊은 나무다. 미술관은 1955년 병원으로 사용하던 건물을 고쳐서 중앙감리교회 본당으로 사용되었다. 2000년 교회가 퇴계동으로 이전하며 춘천시가 매입하여 2층 벽돌 건물은 춘전미술관으로 그 뒤 건물 본당은 봄내극장으로 교육관은 아트프라자 갤러리로 사용하게 되며 이곳을 춘천예술마당으로 이름 지었다. 

한참을 이리보고, 조리보고, 다가가 보고, 떨어져 보고 나서 차 한잔을 마시기로 했다. 미술관 바로 옆 두 곳의 카페가 눈에 보인다. 단독 건물의 몽레브는 넉넉해 보여 날씨가 좋아 밖에서 커피를 마셨다. 미술관과 갤러리 손님들이 많이 올 것 같다. 작지만 아늑한 OITE(오이트) 에스프레소 바도 인기가 많다. 

일본식 돈카츠와 소바가 알아주는 한여울은 이 동네에서 아주 유명한 맛집이다. 필자도 일부러 와서 먹어본 집이니 말해 무엇하랴. 1984년부터 영업을 하였으니 어마어마하다. 인적도 없고 조용해 거리가 한적한 듯하나 가까이 파도횟집이 있다. 한동안 파도횟집의 물회가 맛있어서 자주 찾던 곳이다. 요선동에 있다가 이쪽으로 옮겼다. 

파도횟집 지하에는 음악연습실이 있다. 한 달에 2번 이곳을 찾아 CCM 연습을 한다. 그리고 보니 눈에 많이 익은 곳이다. 그림이나 사진 전시회가 이곳에서 자주 열리기 때문이다. 아쉬운 것은 다음 주 전시 일정이 잡혀 있지 않다. 그래도 희귀한 위성류의 꽃구경을 한 번 보러 가서 물회나 모리소바를 먹고 커피 한잔하면 행복한 하루를 만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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