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전기요금과 도시가스요금 인상안이 발표되었는데, 다음 날인 16일부터 바로 적용된다. 전기요금은 키로와트시(kWh)당 8원, 가스요금은 메가줄(MJ)당 1.04원 인상되었는데, 본격적인 여름철을 앞두고 각 가정과 자영업자 등 소상공인들은 전기요금, 가스요금 얼마나 더 내야 할지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단위당으로 인상된 요금이 몇 원 수준에 불과하다 보니, 체감하지 못하는 듯한데, 에어컨 사용이 많은 여름에 전기료폭탄이 투하될지도 모르겠다. 

얼마 인상되지 않은 것처럼 느끼게 되는 것은 이른바 평균의 함정과 더불어 전기 또는 가스 사용이 많지 않은 시기에 인상안이 발표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4인 가구 기준으로 월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이 각각 약 3천 원, 4천400원 오를 것으로 전망하였다. 근거는 전력 사용량 평균인데, 4인가구 기준으로 한 달 전력 사용량이 332kWh라고 가정했을 때 올해 초 대비 요금이 그 정도 증가하고, 가스 사용량이 3861MJ이라고 가정할 때 요금이 약 4천 400원 증가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평균은 실제로는 월평균이 아니라 1년 평균을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가구마다 사업장마다 사정에 따라 월별 사용량이 다르므로 평균은 평균일 뿐 내가 낼 요금이 아니다. 

우리의 경우 냉난방의 특성상 겨울철 난방은 주로 도시가스에 의존하고, 여름철 냉방은 전기를 사용하는 에어컨에 의존한다. 가스요금이 여름에 인상되고 전기요금이 에어컨 사용이 급증하는 여름철을 제외한 나머지 계절에 인상되면, 그 사용이 급증하는 시기가 되어서야 요금폭탄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지난겨울에 경험한 난방비 폭탄이 그 예이다.

가스비의 경우 작년 겨울 직전에는 메가줄(MJ)당 2.7원 인상했지만, 그 이전 봄과 여름에 각각 1.11원 그리고 1.23원을 인상했기 때문에 누적분 5.04원이 적용되어 폭탄을 경험하게 된 것이다. 전기요금도 작년 가을 4분기 7.4원, 올해 1분기 13.1원, 이번 인상분 8원을 합하면, 실제로는 키로와트시(kWh)당 28원이 오른 셈이다. 거기다가 전기요금은 10%의 부가가치세도 내야 하고, 전기요금 3.7%까지 부과되는 전력사업기반기금까지 포함해야 한다. 인상액이 8원이라 믿고 올여름 에어컨을 예전처럼 사용하다간 실제 청구금액에서 다시 한번 전기료폭탄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 기회에 산업용 전기를 비롯한 전기요금 부과 기준의 재설계가 필요해 보인다. 전기요금 부과체계는 산업용 55%, 주택용 15%, 기타(교육용, 일반용, 농업용, 전기자동차 등) 15%로 나누어져 있다. 주택용은 통일된 기준이 적용되지만, 산업용 전기요금은 누진세도 적용받지 않고, 심야시간대 할인해주는 주택용보다 20%가 저렴한 경부하요금 등 여러 특혜가 있다. 산업용 전기요금의 개편이 필요한 이유이다. 

전기와 가스 같은 공공요금의 인상은 물가 인상을 동반한다. 소비자물가지수를 산정할 때 자체품목 안에 전기요금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그것만 계산해 0.1%P의 물가 인상이 동반될 거라고 추계하지만, 실제로는 더 큰 폭으로 물가에 영향을 줄 것이다. 내 월급만 빼고 다 오르는 현실은 여전히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선진국들은 향후 2년간 에너지 소비량을 일정 수준 이상 줄이면 최대 160유로(약 23만 원)까지 환급해 주는 등 다양한 정책을 내놓았다. 네온사인이 빛나는 거리, 환한 조명의 대형건축물, 대낮같이 밝은 초저녁이나 아침에도 켜져 있는 가로등. 소비자가 에너지 비용 절감을 고민하고 스스로 에너지 절약을 실천하려면 제대로 설계된 다양한 정책이 필요하다.

저작권자 © 《춘천사람들》 - 춘천시민의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