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와 생태 등강원도의 특별함 담아야"

두 번째 ‘이슈칵테일’이 강원특별자치법 개정안에 대해 논의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오동철 운영위원장, 나철성 소장, 전흥우 이사장, 김대건 교수
두 번째 ‘이슈칵테일’이 강원특별자치법 개정안에 대해 논의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오동철 운영위원장, 나철성 소장, 전흥우 이사장, 김대건 교수

 

춘천의 핵심 현안에 관해 이야기 나누는 ‘이슈칵테일’이 두 번째 주제로 11일에 출범하는 강원특별자치도’를 점검했다. 지난 5월의 마지막 주는 ‘강원특별법 전부개정안’의 국회 행안위 법안심사 불발로 도내 정치권·시민사회단체 등이 국회에 항의하는 등 강원특별자치도가 빈껍데기로 출범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컸다. ‘이슈칵테일’이 진행된 후 5월 25일 ‘강원특별법 전부 개정안’이 우여곡절 끝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슈칵테일’ 논의 내용 중 일부는 본회의 통과 후 다소 차이가 있으나 법안의 방향성 등 핵심 내용은 다르지 않다.

전흥우(《춘천사람들》 이사장)

강원특별자치도의 필요성이 대두된 배경과 특별법의 내용 그리고 수부도시 춘천은 무엇을 취해야 하고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등을 논의해보자.

김대건(강원대 행정학 교수)

강원도는 국토 면적의 15%를 차지하고 생태·환경 등 기후 위기 시대에 소중한 자원을 갖췄지만, 인구는 약 2.5%에 불과해서 정치·경제·행정·문화적으로 소외되어왔다. 이에 2008년 무렵부터 지역 정치권·언론인·학계 등을 중심으로 ‘강원평화특별자치도’라는 지위를 확보하여 독자적으로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논의가 대두됐다. 그런 주장이 이어져 오다 지난해 정치적 판단이 더해지며 급물살을 타게 됐다. 

나철성(강원평화경제연구소 소장)

핵심은 분단 구조와 각종 규제로 인한 산업화 소외에 따른 국가적 지원과 보상이다. 그런데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5월 29일 국회를 통과한 ‘강원특별자치도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은 강원도가 모델로 삼은 제주특별자치도의 출발과 차이가 너무 컸다. 제주특별자치도의 경우 ‘국제자유도시’를 지향하는 성격을 명칭(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에 명확하게 담았고 법조문도 363개 조항으로 질과 양에서 출발부터 비교할 수 없다.

오동철(춘천시민사회단체네트워크 운영위원장)

제주도는 노무현 정부 차원에서 준비했지만, 강원도는 갑자기 정치적으로 결정이 되어 법안을 꼼꼼하게 준비할 수 없었다. 그래서 헌법처럼 큰 틀만 구성하고 우선 통과시킨 후 1년 동안 준비하게 된 거다. 문제는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준비한 특례가 대부분 경제 발전·규제 완화만 강조하고 평화와 생태라는 강원도의 특수성은 보이지 않는 점이다. 

전흥우

이번 개정안이 평화와 생태 환경이라는 강원도만의 특별함을 담보하는 보상과 발전 방안 없이 규제 완화만 추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게 아쉽다.

나철성

설립 목적이 담긴 법안 1조부터 잘못됐다. ‘강원도의 지역적·역사적·인문적 특성을 살려’ 설치한다고 명시되어 있는데, 특별자치도를 설치하는 이유가 전쟁과 분단, 평화와 통일, 규제와 보상에 대한 국가적 지원을 ‘약속’한 것이 아니라, 매우 포괄적이고 모호하게 규정되어 있다. 특별법은 말 그대로 특별한 사항에 대해서 특별한 행정적·재정적 지원으로 문제를 정상화하겠다는 특별한 의지를 담아야 하는 데 목적부터 한계가 있었다. 

 

오동철

강원도의 특별함은 접경지역·가장 많은 산림·수도권 식수 공급 등이다. 그렇다면 제주도가 입도세를 받겠다는 것처럼 강원도는 탄소세와 상수원 수리권 등을 요구할 수 있는 거다. 그런 장점을 전혀 이용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지역 정치권과 행정 등이 특별자치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나철성

강원도는 석탄 산업 쇠퇴 이후 제대로 된 산업과 기업이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 투자된 예산은 몇백 조다. 강원도에 지원이 없던 게 아니라 주어진 것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던 측면도 있다. 막대한 혈세를 낭비한 알펜시아와 레고랜드를 봐라.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이 약속했던 탄소 중립과 관련된 산업클러스터 등은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다. 강원 남부 폐광지역 일대에 이런 것을 잘 활용하면 자연과 공존하며 발전할 수 있는데 주목받지 못했다.

전흥우

춘천시는 강원특별자치도에서 어떤 지위를 점하고 춘천시가 지향해야 할 바는 무엇인가?

나철성

강원특별자치도 안에 춘천시가 보이지 않는다. 춘천시가 원하는 건 첨단 산업도시 연구개발특구와 교육 특구인데 이 두 가지는 육 시장의 공약이다. 새롭게 발굴한 게 없다. 그마저도 근거와 성과가 부족하다. 바이오는 강릉, 반도체는 원주, 홍천에는 항체 연구와 관련된 서울대 연구단지가 들어온다. 코로나가 한풀 꺾이며 체외진단 등 춘천의 바이오 기업의 매출 감소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또 심지어 ‘양자 산업’까지 추진하겠다고 하는데 현재 지역 산업 생태계 수준과 역량에 부합하지 않는다. 교육 특구도 원주 반도체 클러스터, 동해안 관광 같은 산업적 발판이 있을 때 입지 경쟁력이 있다. 

김대건

구호는 요란한데 춘천의 대학이 보이지 않는다. 미래산업 육성의 토대는 대학이다. 국제학교가 아니다. 춘천이 특별자치도에서 대학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치열하게 논의해야 한다. 춘천이 대학을 빼놓고 과연 발전할 수 있겠는가?

전흥우

강원도만의 특별함과 춘천이 취해야 할 것이 빠졌다면 향후 개정안을 위해서 강원도와 춘천시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김대건

‘특별자치도’와 ‘특별법’ 등이 이미 중앙의 논리이고 중앙과 지역의 예속 관계를 드러내는 거다. 한국 전체가 자치분권의 흐름에 맞춰 가야 한다. 지역의 특색에 맞게 자치를 한다면 특별법이 필요 없다. 규제 완화도 지역 스스로가 규제를 결정하고 스스로 집행하면 되는 거다.

향후 1년간 춘천시뿐 아니라 18개 시군 의회가 자치분권의 흐름에 맞도록 조례 등을 통해 강원도에 요구할 것은 제대로 요구해야 한다. 자치 조직권과 인사권을 가져와서 지역 정부의 지위를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오동철

우리한테 주어지는 권한만큼 책임도 뚜렷하게 다듬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선언적인 수준에 머무르게 된다. 일방적인 공청회가 아니라 모든 정치권·시민사회·주민자치위원회까지 공유할 수 있는 우선순위를 정하고 그것에 기반한 법안·조례 등을 정리해야 한다. 

나철성

6월 11일에 역사적인 강원특별자치도가 출범해도 개정안의 실행은 1년 후에나 발효된다. 전면 개정안이 당장 시행되지도 않는데 또다시 3차 개정을 걱정해야 하는 실정이다. 특히 전북·충북·경기북부의 특별법 법안 제정이 기다리고 있다. 향후 강원특별자치도의 개정 작업은 이들과 치열하게 경쟁하며 이루어져야 하기에 험난한 길이 예상된다. 아마도 내년 총선에서 강원도 최대 이슈는 여야 모두 강원특별자치도법 추가 개정일 텐데 유권자들이 제대로 선택해야 한다.

전흥우

사실상 특별자치도가 특별하지 않게 되어 가고 있다. 오늘 나온 지적을 종합하면 분권과 자치에 기반을 두고 강원도 그리고 춘천만의 특별함을 ‘제로에서부터 다시 찾아서 반영해야 한다’라는 것이다. 분단 지역으로서 평화와 생태 등 강원도만의 특별함과 그 속에서 춘천이 가야 할 길에 대해서 더 많은 고민과 논의를 시작해보자.

 

저작권자 © 《춘천사람들》 - 춘천시민의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