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水라장’·해외팀 등 엔데믹 맞아 완전체 축제 귀환
기관·단체·기업과 협업하며 지속가능한 동력 확보
강영규 총감독, “‘재미’야말로 춘천에 가장 필요한 것”

“비가 와서 더 좋다. 이런 게 진짜 축제다.” 시민들은 자유로움을 만끽했다.
“비가 와서 더 좋다. 이런 게 진짜 축제다.” 시민들은 자유로움을 만끽했다.
중앙로 일대에서 4년 만에 펼쳐진 ‘물의 도시 : 아!水라장’
중앙로 일대에서 4년 만에 펼쳐진 ‘물의 도시 : 아!水라장’
‘콜렉티브 랩소 서크’의 'OVVIO'
‘콜렉티브 랩소 서크’의 'OVVIO'
이은지의 '일기장'
이은지의 '일기장'
‘불의도시  도깨비난장’ 중 한 장면
‘불의도시 도깨비난장’ 중 한 장면

 

지난달 28일부터 6월 4일까지 춘천의 곳곳은 상상력 가득한 재밌는 도시였다.

35년을 이어온 춘천의 대표축제인 ‘춘천마임축제’가 4년 만에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코로나19가 앗아간 도시의 재미와 설레임, 예술적 상상력을 되살려내며 8일간의 유쾌한 여정을 마쳤다. ‘Show up; 상상의 출현’이라는 주제 아래 중앙로·축제극장 몸짓·춘천문화예술회관·커먼즈필드·공지천 산책로·삼악산 케이블카 주차장 일대 등 춘천 곳곳이 ‘물’과 ‘봄’ 그리고 ‘불’의 도시로 변하며 돌발적 상황과 뜻밖의 경험으로 도시를 채웠다. 올해 축제에는 문화도시센터, 춘천인형극제, 춘천사회혁신센터 등 춘천지역 7곳 기관·단체와 시민 400여 명이 축제 준비 과정부터 참여해 의미를 더했다.

사람과 도시를 이은 물길…‘물의 도시 : 아!水라장’

마임축제의 문을 연 지난달 28일 중앙로 일대에는 수백 명의 시민과 관광객이 땅과 하늘에서 쏟아지는 물줄기와 색색의 거품을 온몸으로 맞으며 물놀이를 즐겼다.

시민과 아티스트가 함께 제작한 ‘아!水라’ 인형과 대형 마리오네트 인형이 출현하여 유쾌한 돌발상황을 연출했다. 춘천문화재단 문화도시센터의 ‘내 모양이 어때서’ 워크숍에 참여한 신중년 세대들은 ‘드랙(Drag)’ 퍼포먼스로 억눌렸던 개성을 맘껏 뽐냈다. 유민댄스아카데미 학생들, 춘천마임축제 자원활동가 깨비와 깨비짱 등이 무대 곳곳에서 무아지경의 퍼포먼스를 펼쳤고 저글링과 버블공연, 풍선쇼 등이 흥을 돋웠다. 개막 선언 후에는 쏟아지는 빗줄기 속에서 공연팀 ‘그런트 제로’의 디제잉 파티가 펼쳐지며 남녀노소 시민과 관광객들은 자유로운 몸짓과 물세례를 만끽했다. 

해외 관광객 제니퍼(33·미국)는 “작지만 아름다운 도시 춘천에 이런 축제가 있다니 놀랍다. 코로나 후 한국에서 이런 축제를 만나니 정말 신난다”라며 소리쳤다. 유튜브 콘텐츠 촬영을 위해 방문한 이현지(29·서울) 씨는 “사진으로만 보던 아!水라장에 왔다. 비가 와서 더 좋다. 이런 게 진짜 축제다”라며 환호했다.

‘봄의 도시’ 그리고 4년 만의 해외팀 공연

커먼즈필드 춘천에서는 마임축제와 사회혁신센터가 협업하여 단순히 먹고 마시고 노는 축제가 아니라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했다. 마임시티즌·춘바람·서커스 디 랩·금설복합예술소 등의 공연과 춘천의 농산물, 예술가 엄마와 아이들이 주인공이 되어 예술 안에서 자신을 찾을 수 있는 강연, 어린이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체험과 놀이가 펼쳐졌다. 

특히 올해는 오이카도 이치로, 사토시 아마루, 콜렉티브 랩소 서크, A Tope, 씨어터 포르티시모, 콜렉티브 프리마베즈 등 일본·유럽·남미 등 해외 9팀의 공연도 4년 만에 펼쳐져 상상력 가득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화양연화(花樣年華)…‘불의도시 : 도깨비난장’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2, 3일 밤에 삼악산 호수 케이블카 주차장 일원에서 펼쳐진 ‘불의도시:도깨비난장’이었다. 

마임축제가 이끌고 간 낯설고 재밌고 설레는 시간의 종착점은 ‘화양연화’를 위한 공간이었다.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시간’을 뜻하는 화양연화를 주제로 8천 개의 LED 캔들과 400개의 알콜램프, 수많은 야광 자갈들, 약 1천200㎥의 흙으로 제작된 화산으로 디자인된 판타지 공간이 축제의 마지막 이틀을 책임졌다. 불도깨비를 연상케하는 파이어 아티스트의 이동형 공연과 40개의 파이어머신에서 쏘아올린 화염과 환상적 불꽃, 흘러넘치는 불이 비처럼 꽃잎처럼 바람결을 따라 어두운 밤하늘에 흩날리며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난장 곳곳에서는 아크로바틱, 서커스, 현대무용, 마임 등 넌버벌 장르의 공연 약 50여 편이 휘몰아쳤다. ‘댄스컴퍼니 틀’이 전통 천도굿의 베가르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시대의 아픔과 절망을 넘어 새로운 희망의 길로 안내했다. 특히 지름 6m의 태양이 밤하늘에 떠오르며 춘천과 시민에게 뜨겁게 빛나는 화양연화의 순간을 선물했다.

춘천마임축제의 성공적 귀환에는 자원활동가 깨비와 깨비짱 100여 명의 공이 컸다. 깨비짱 김진(강원대 사회학과 4) 씨는 “공연예술분야에서 일하고 싶은 꿈이 있다. 졸업 전에 좋아하는 축제의 현장을 경험해보고 싶었다. 수많은 변수탓에 늘 긴장해야 했지만, 축제를 성공적으로 마친 이 순간 나도 무척 성장한 느낌이다. 시민들과 춤추며 어울린 시간이 삶에 큰 힘과 영감을 줄 것 같다. 올해 마임축제는 내게 해방감을 주었다. 지역 축제가 더욱 성장해서 청년들에게 에너지를 주길 간절히 바란다”라고 말했다.

강영규 마임축제 총감독은 “엔데믹을 맞아 아!水라장 등 지역민의 대동성을 구현하는 마임축제 본연의 모습으로 찾아왔다. 하지만 올해 마임축제는 대동성을 넘어 그동안 억눌렸던 상상의 실현에 초점을 맞췄다. 춘천의 곳곳에서 상상 속 존재가 툭 튀어나오고 시민의 상상이 실현되는 순간을 연출했다. 판타지의 끝에서 펼쳐진 도깨비 난장은 시민과 관광객에게 가장 빛나고 아름다운 순간을 뜨거운 태양으로 형상화하여 선물했다”라며 “특히 춘천인형극제·문화도시센터·춘천사회혁신센터 등 축제에 대한 가치에 공감하는 기관·단체와의 성공적 협업, 마임맥주와 마임커피 등 지역 업체와의 상생 협업이 성과를 거두어 보람이 컸다. 그걸 가능하게 한 것은 바로 ‘재미’다. 재밌는 일상, 재밌는 축제, 재밌는 도시. ‘재미’야말로 춘천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축제는 끝났지만 마임축제는 더 짜릿하고 새로운 재미를 다시 준비할 것이다. 최근 한국의 많은 축제가 사라지거나 본래 모습을 잃고 있다. 올해 마임축제가 더욱 특별했던 점은 씩씩하게 35살을 맞이했으며 새로운 35년을 이어갈 영감과 용기를 얻었다는 점이다”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춘천사람들》 - 춘천시민의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