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활성화 기획의 일환으로 마련한 <전통시장에서 놀자> ‘춘천중앙시장편‘의 마지막 만남은 전통시장의 활력소이자 미래인 청년상인들이다.

중앙시장에 둥지를 튼 청년상인 4명과 함께 그들이 전통시장에 자리를 잡게 된 동기와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전통시장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일지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청년상인들의 공통점은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스스로 시장을 선택했고, 개척하고 있다는 점이다.

신랄하면서도 유쾌했던 만남의 자리를 소개한다.

 

 

전통시장에 뛰어든 청춘들! 그들이 전통시장인
춘천중앙시장에 둥지를 틀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이들 중 가장 먼저 중앙시장에 터를 잡은 <아이즈온>의 박온 씨는 집이 근처라 어려서부터 보아온 중앙시장이 너무나 익숙하고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라고 했다. 그리고 명동이 가까운 점도 한 요인이었다. 박온 씨와 공방 ‘달무리(DALMURI)’를 함께 쓰고 있는 <아미꾸스>의 용상순 씨는 박온 씨를 프리마켓에서 만난 계기로 중앙시장에 자리 잡았다. 반면에 <사라락>의 한진영 씨는 중앙시장이 좋아서 2년 전부터 준비해 들어 온 경우다. <궁금한 이층집>의 홍근원 씨는 장사에 관심이 있던 차에 동네방네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카페를 운영하게 됐다며 “시장 안 2층에 카페가 있다는 게 특이해 충분히 매력적이었고 자신감도 있었다”고 말했다. 홍은 “중앙시장 안, 2층 공간에 사람들이 한 번쯤은 올라와 보고 싶은 생각을 한다”고 뿌듯해 했다. 청년상인들은 전통시장이 갖고 있는 경제적인 측면이 입지선정에 큰 몫을 했다고 대체로 공감했다.

그렇다면 중앙시장에 자리를 잡기까지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이었을까?

한겨울에 시장엔 한기가 돈다. 청년상인들은 입을 모아 ‘추위’가 제일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했다. 박온 씨는 “소자본으로 시작한 거니 소자본이라 힘들고, 위치적으로도 젊은 사람들이 많이 오는 곳이 아니다보니, 결국에는 개인적인 역량으로 뭔가를 해야 되는 거라 자기와의 싸움인 것 같다”고 말했다.

청년상인들은 중앙시장에서 스스로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시장에 활력소가 되고 있다고 생각할까? 물론이라고 당차게 대답한다. 젊은 친구들이 많아져 함께 활기를 불어넣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드러냈다. 밖에서 볼 때와 안에 들어와서 보는 전통시장은 사뭇 다를 것이다. 시장의 문턱에 들어선 이후 어떤 점들이 개선돼야 할지를 물었다.

박온 씨는 “중앙시장 전체로 볼 때는 젊은 사람들이 오기를 바라겠지만, 개별적으로는 공간을 내주고 싶지 않은 것 같다”면서, 또 “젊은 사람들이 창업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 있지 않는 이상 바로 들어오기는 힘들 것 같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용상순 씨는 “꼭 필요한 공간이 아니라면 좀 내주셨으면 좋겠다. 젊은이들이 시장에 와줬으면 좋겠다고 하는데, 한 사람이라도 먼저 공간을 내주면 다른 사람들도 덩달 내주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대대적으로 도와주지 않으면 개인 하나하나가 모이기에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릴 것 같다.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우리가 원하는 그림이 그려지려면 10년도 더 걸릴 것 같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홍근원 씨는 “바꿔야 한다고는 하지만 변화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활성화를 위해 시장 자체적으로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청년상인들 입장에서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 말해 달라.


청년들은 뭔가 자신들의 역할을 찾고 싶어도 소통의 문제가 원활치 않아 나서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용상순 씨는 프리마켓 등 시장 활성화를 위해 제안한 몇 가지 사업들이 좌절된 과정에 대해 불만이 많았다. 대안으로 생각했던 ‘나이트 마켓’을 진행하고 싶어도 상인들을 설득하기에는 청년들의 힘만으로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홍근원 씨 또한 “청년들이 모여 있으면, 뭔가 될 줄 알고 기다리고만 있는 건 아닌가 싶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박온 씨는 “명동하고 가까운데 명동도 일찍 문을 닫기 때문에 사람들이 빠져나가지 않게 하려면 뭔가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는데, 얽히고설켜 제대로 되는 게 없다”고 지적했다.

시나 외부의 지원 부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박온 씨는 “나이 드신 상인들은 시장에서 여가를 즐기거나 자리 비우는 것도 어려워하기 때문에 본인들 장사 외에 다른 생각을 할 수 없는 것 같다”고 말한다. 외부의 지원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거나 쓰임에 대해 다소 불만 섞인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눈에 보이는 것만 지원할 생각 말고 눈에 안 보이는 것까지 신경써주면 좋겠다”는 한진영 씨는 “정말 실질적으로 운영을 할 때 도움이 되는 그런 지원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박온 씨는 “지원이 있다 해도 우리에게 아이디어를 묻거나 하지 않는다. 시장 상황을 모르는 외부 사람에게 일을 맡기고, 정작 이야기를 안 해주니 우리도 실질적인 도움을 못 주는 것 아닌가”하는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각자가 생각하는 춘천중앙시장의 활성화 방안에 대해서,
또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물었다.


“시장을 재미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어서” 당당히 시장에 뛰어들었다는 한진영 씨는 중앙시장 자체에 재미있는 볼거리가 없다는 점을 우선적인 문제로 꼽았다. “시장에 특색이 있으면 좋겠다. 관광객들이 와도 먹을 게 없어 매력이 없다”는 문제인식에 대해 다들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한진영 씨는 시장골목에 매력을 느낀다고 했다. 낡은 시설들로 가득한 뒷골목을 깔끔하게 정리해 ‘청년골목’으로 만들고 그들에게 공간을 나눠준다면 젊은이들이 시장으로 찾아 와 각자 개성 있는 공간으로 만들면 자연스럽게 볼거리가 생길 것이라고 했다. 박온 씨는 “춘천 자체가 젊은이들이 할 게 별로 없는 상황에서 어렵게 시장으로 들어오려는 청년들은 더더욱 없다”면서 “그래도 능력 있는 청년들이 들어와야 하니, 들어 올 수 있게 매력 있는 판을 짜주지 않으면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용상순 씨는 “시장 관리사무소에 빈 가게를 물으니 모르더라. 아는 사람을 통해서만 들어 올 수 있는 구조”라고 지적하며, 청년 상인들의 접근이 용이할 수 있도록 “시장 관리사무소에서 소개를 잘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더불어 청년상인들이 자리 잡은 원주중앙시장의 사례를 들며 춘천중앙시장도 그런 날이 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진영 씨는 “뒷골목만 정리해줘도 청년들이 많이 들어올 것 같다. 사실 한 골목만 잘 돼도 시장 전체가 살지 않겠나? 아직까지는 젊은 층이 시장에 오는 게 모험일 수 있다. 그렇지만 같이 하면 잘 될 것 같다”고 낙관적으로 말했다.

시장의 미래에 대해 자신들이 너무 어둡게만 말한 것은 아닌지 내심 우려하면서도 청년상인들은 시장 내에 또 다른 매장을 갖고 싶다는 속내를 비쳤다. 홍근원 씨는 올해 안에 일본식 라멘집을 내고 싶다고 했고, 한진영 씨도 작업실이나 핑거푸드 같은 간단한 먹거리 가게를 내고 싶다고 말했다. 힘든 와중에도 낭만시장에서 낭만을 찾아 나선 청년들에게서 한 번 성공해보겠다는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그만큼 춘천중앙시장은 그들에게 어렵지만 매력 있는 디딤돌이 되고 있었다. 이들의 바람처럼 청년들이 올 수 있게 공간을 열어준다면 여러 가지를 함께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의 기운이 느껴졌다. 현재의 문제를 냉정하게 꼬집으면서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미래의 희망을 그리고 있는 이들이야말로 춘천중앙시장의 미래임에 의심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김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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