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의 한 아파트에서 입주자대표회의 운영비를 삭감하고 관리소 경비원과 미화원 등의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들 임금을 올렸다는 기사를 보았다. 아파트 관리소장 17년 만에 처음 듣는 소리라서 남의 일 같지 않게 반갑다.

그렇지만 그 기사에는 입주자대표회의의 일방적인 결정만 있고 노동자들과의 협의나 협상 사실은 안 보이는 것이 아쉽다.

아파트 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이 100% 적용된다고는 하지만 24시간을 맞교대로 근무하면서도 점심·저녁 식사시간을 포함해서 무려 8시간씩이나 무급휴게로 일해야 하는 경비원들의 노동조건은 이미 해결방안이 없는 사회적인 문제로 되어 버린 지 수년째다.

정년이 넘은 어르신들이기에 다른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 아파트 경비 일자리라도 떼일까봐 부당한 대우에 대항하지도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혹 노동조합이라도 만들면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위탁회사를 바꿔서 얼마든지 실질적 해고를 할 수 있는 것이 아파트 현실이라 아파트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만들 엄두도 내지 못한다. 그러니 임금협상이니 단체협약은 꿈도 꾸지 못한다.

지난 해 화제가 되었던 드라마 ‘송곳’에서는 떼인 임금을 받아준다는 노동상담소 소장이 등장하는데, 아파트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이야기다. 왜냐하면 아파트에서는 최저임금이 오르더라도 무급휴게시간을 늘여 임금을 올리지 않을 수 있도록 노동부가 나서서 입주자대표회의에 사전 정책조정을 해주기 때문에 사후에 임금을 떼어먹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렇듯 모든 아파트에서 수년 내에 최저임금을 무력화시키는 무급휴게시간이 일근자의 표준근로시간 8시간을 상회할 예정이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

법리적으로 따진다면 감시단속적 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고 차별을 해서 근로기준법의 휴게·휴가 조항 적용을 유보한 때로부터 잘못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최저임금법이 있다 해도 청년이나 어르신들의 일자리가 없어서 실업위험에 빠져있는 한, 일을 하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드는 경제상황이야말로 근본적인 문제가 아닌가?

이런 아파트에 과연 봄은 올 것인가?

아파트에도 노동자들이 단지 일하는 노예가 아니라 평등한 주체가 될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을까?

오늘은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운 대한이었다. 출근길 교통정리 하는 경비원들이 안쓰러워 추운 날씨에는 자제 좀 해달라는 배려의 전화가 뭉클한 아침이다.

김래용 (주택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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