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절이 급변하는데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일시에- 전체를’ 살리기 위해 정부나 지자체는 무슨 정책을 펼쳐야 할까? 이것은 멀리는 핀란드에서, 가까이는 성남시에서 추진하는 기본소득 -시민배당 정책일 것이다. 기본소득은 간단하다. 모든 사람에게 재산의 많고 적음과 관계없이 소득수준을 따지지 않고 일정 배당금을 통장에 넣어주는 것이다. 이런 획기적 정책의 걸림돌은 재원마련일까, 아니면 인식문제일까? 인식문제가 더 크다. 여태껏 복지혜택을 누리지 못한 채 대부분 임금노동으로 살아왔고, 앞으로의 시대변화의 본질을 읽어내지 못하기에 노동의 대가가 아닌, 마땅히 받는 시민배당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한 시절이 가파르게 변하고 있다. 20여년 경기 급팽창 이후 수축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 노동력을 팔 시장도 줄어들고 노동력을 쥐어짜는 것도 한계상황에 다다랐다. 자영업이 불과 몇 년을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고, 일하는 사람보다 일하지 못하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부채경제의 위기는 점점 커져가고, 빠르게 진행되는 정보화, 자동화, 로봇화는 인간의 노동을 밀어내고 있다. 일자리 자체가 사라지고 있다. 기존의 경제조건이 변하고 있는 것이다.

기존 사회복지 정책으로는 낙오되는 사람을 더 이상 품어주지 못하고 시대변화를 담아내지 못한다. 일다운 ‘일’을 찾고 자기만의 탤런트를 사회에 실현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버팀목이 되는 수단이 바로 기본소득-시민배당이다. 기본소득은 존재소득이다. 청년은 패기만으로도, 예술가는 재능만으로도 살 수 있어야 한다. 주부는 가사노동만으로도, 노인은 삶의 경륜만으로도 살 수 있어야 한다. 이처럼 모든 시민은 사회적 공민(公民)이기에 정부가 주는 시혜가 아니라 공무원이 나랏돈 받는 것처럼 공적 배당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기본소득의 공공성을 명확히 규정하고 이해하면 재원마련은 의외로 쉽다. 기본소득의 본질이 공유성이라 규정되면 돈도 그 방향으로 돌기 때문이다. 돈을 개개인의 ‘사적 재물’이 아니라 ‘사회적 부’로 전환하는 것이다. 현대사회는 돈이 없어 망하는 게 아니라 과잉의 돈이 흐르지 않아 문제다. 삶의 수요가 있는 곳으로 돈이 잘 흐르게 터주면 된다. 공공세금을 토목공사로 몰아주는 것을 그만 두고 검은돈을 근절하고 투명하게 세금집행을 하면 기본소득은 신뢰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현재 24%의 조세 부담률을 선진국 수준으로 올리고, 기본소득으로 되돌려 받으면 대부분 사람들이 이익을 본다는 계산은 이미 나와 있다. 기업들도 법인세, 탄소세 등 세금을 더 내면 당장 손해처럼 보이지만 민간수요가 살아나 경제가 순환되니 장기적으로는 이익이다.

일이 없어진다고 소중한 생명의지를 가진 사람들이 산 입에 거미줄을 칠 수 없지 않는가? 기후변화 등 자연조건도 악화되고 있는데 대규모 토목공사로 거품수요를 또 만들어내기도 힘들지 않는가? 기본소득은 칸트식의 경제적 정언명령이 될 것이다.

한재천 시민기자

저작권자 © 《춘천사람들》 - 춘천시민의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