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봄, 토요일이라 치과에 스케일링을 하러 간 적이 있다. 집을 나와 병원들이 즐비한 신시가지 중심가를 쭉 걸어가는 데, 큰 대로를 사이에 두고 치과가 세 군데나 있었다. 정말 어디로 가야할지 알 수가 없었다. 마음에 드는 간판을 골라 들어갔다. 그런데 스케일링을 하면서 치과의사 얼굴은 보지도 못했고, 내 동의도 없이 당연히 해야 되는 것처럼 치아 방사선을 찍었다. 기분이 상했다.

이런 경험이 치과에만 국한되지는 않을 것이다. 몸이 아파서 동네에서 가까운 병원을 찾아가는 사람들도 내가 했던 것과 동일한 고민을 했을 것이다. 아이에게 감기 증상이 있을 때, 혹은 스스로 고혈압이 있거나 당뇨가 있을 때 어느 병원에 가야 할까?

진료실이란 곳은 참 낯선 곳이다. 환자 입장에서는 앞에 앉아있는 의사가 어떤 사람인지 정말 알 수 없다. 그런데 그 알 수 없는 사람이 처방한 약을 일방적으로 받아서 먹어야 한다. ‘이 약을 정말 먹어야 하나? 이 의사의 처방은 정말 신뢰할 만한 건가? 우리 동네에 좋은 병원은 어디일까?’ 이 질문에 대한 정답은, 물론 없다. 병원에 대한 평가란 경험적이고 주관적인 것이라서 객관화하기가 쉽지 않고, 어떤 경우엔 같은 의사에게 진료를 받는 데도 환자마다 평가가 전혀 상반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전혀 답이 없는 것은 아니다. [건강보험 심사평가원]을 통해 그 방법을 알아보자.

우선 [건강보험 심사평가원] 인터넷 사이트(www.hira.or.kr)에 들어간다. 홈페이지 중앙에 [병원평가]라는 아이콘이 있다. 일단 클릭. 그러면 [항목 검색] 창이 보인다. 질병, 수술, 약 등. 이런 항목들 중 [약] 항목 클릭. 그 옆의 항목으로 항생제 처방률, 주사제 처방률, 약품목수 등이 보인다. 항생제 처방률 클릭. 그 아래 창에 제시돼 있는 지역 창에 본인이 살고 있는 지역을 설정하고 궁금한 병원 이름을 입력한 후 [병원 구분]란에 ‘의원급’을 클릭하면 입력한 병원의 이름이 나오면서 등급이 나온다. 여기에서 해당병원 이름을 다시 클릭하면 항생제 처방률이 제시돼 있을 것이다. 커서를 쭉 내리면 막대그래프가 나오는데, 상기도 감염으로 내원한 환자에 대한 항생제 처방율의 평균값(2015년 상반기 44%)과 해당 병원의 처방률이 비교돼 나온다. 상기도 감염에 대한 항생제 처방률이 평균에 비해 너무 높은 병원은 좋은 병원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주의할 것은, 이 처방률이 낮다고 해서 좋은 병원이란 뜻은 결코 아니다.)

다시 처음 [항목 검색] 창으로 돌아가 [약품목수]를 클릭하고 동일한 과정을 반복한다. 그러면 해당 병원이 ‘호흡기 질환’과 ‘근골격계 질환’에 대해서 평균 몇 개의 약을 처방하고 있는지가 나온다. 그 약의 개수가 평균보다 너무 많은 병원도 좋은 병원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항생제 처방률]과 [약품목수]라는 두 지표를 비교해서 동네 병원을 찾아가면, 아마도 큰 봉변을 당할 가능성은 적을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 의사를 만났을 때 각자 스스로가 받는 느낌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내 앞에 앉아 있는 이 의사가 정말 내 증상에 대해 관심을 갖고 치료하기 위해 노력하는 건지 아닌지는 한 눈에 보면 알 것이다.

양창모 시민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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