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복지를 말한다1]

자원봉사라고 하면 흔히 땀 흘리며 무엇인가를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어르신 댁에 자원봉사자를 파견하게 되면 청소나 빨래 등을 하면서 땀 흘리며 봉사했다는 뿌듯한 보람을 생각한다.

연세가 많은 어르신이 한 분 있었다. 어르신은 왕년에 지역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갑부였다. 그러나 자식농사를 잘못 지어 재산을 모두 탕진하고 지금은 수급자가 되어 생활한다며 한탄을 하신다. 잘 들리지도 않고 잘 보이지도 않아 신체적 조건도 좋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자원봉사자들이 방문해 어르신을 돕기 시작했고, 개인이나 종교단체 등이 거들면서 일주일 내내 봉사활동이 이어졌다. 어르신은 과거에 사람을 부린 경험 때문인지 봉사자들에게 화장실 청소나 거실 청소 등의 역할을 분담해줬다.

어느 날 어르신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봉사자를 좀 보내달라는 내용이었다. 어르신이 봉사자들에 대해 험담을 해 결국에는 봉사자들이 다 떨어져 나가고 기관에서 나온 봉사자만이 남아 있었던 것이다. 기력도 많이 떨어져서 혼자 생활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어르신이 하시던 소일거리를 봉사자들이 다 해주다 보니 몸을 더 움직이지 않아 기력이 더 빨리 떨어진 것으로 생각된다.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 정말 어르신을 위한 것이라면 더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진행돼야 하는데 어르신이 할 수 있는 것까지 다해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봉사자 자신의 뿌듯함을 느끼기 위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일이다. 어르신은 병원에 입원했다가 기력을 회복해 퇴원했다. 자원봉사를 하는 것이 상대방의 의존도를 높이는 것은 아닌지 판단하고 재가복지사업의 목적이 스스로 잘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요즘은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봉사활동시간을 의무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학생들이 나 아닌 다른 사람들 위해 무엇인가를 한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공부보다 사람 되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랜 동안 봉사활동을 하던 사람이 “아이가 고3이라 시간이 없어 봉사활동을 할 수 없다. 내가 대신 봉사활동을 할 테니 아이 앞으로 봉사활동확인서를 만들어달라”고 했다. 하지 않은 일을 했다고 서류를 만들어주는 것은 문서를 위조하는 것과 같고, 교육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며 해줄 수 없다고 대답했다.

그냥 봉사활동확인서를 해주는 곳도 있고, 실제 시간보다 많은 시간을 인정해 주는 기관도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봉사활동을 통해 타인을 배려하고 나눔을 가르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부모들이 나서서 편법을 가르치고 그것이 뭐가 잘못인지도 모르니 어떻게 밝은 미래를 기대할 수 있을까? 봉사활동신청서를 허위로 받는 것은 자랑거리가 아니라 부끄러운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으면 좋겠다.

김시재(시니어클럽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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