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언들은 1월을 ‘마음 깊은 곳에 머무는 달(아리카라족)’이라 불렀다. 그들은 달력을 만들 때 주위에 있는 풍경의 변화나 마음의 움직임을 주제로 삼아 그 달의 이름을 정했다 하니 그들이 자연과 밀접하게 관계를 이루고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것들에 얼마나 친밀하게 반응하며 살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들은 외부세계를 바라보면서도 동시에 내면으로 향하는 눈길을 잃지 않았다.

지난 주 춘천 지역에 몰아닥친 혹한의 추위 속에서도 사흘 동안 100여명의 유초중고 교사들이 모여 인문독서연수를 받았다. 책읽기를 통해 자신의 내면을 응시하는 인문학적 성찰의 힘이 가정에서, 학교에서, 지역에서 함께 읽기로 번져 나가길 바라며 자발적으로 모여 든 교사들의 모습에서 다시 희망을 읽었다.

21세기 새로운 사회가 요구하는 인간형은 자료탐구력, 문제해결력, 사회적 상호작용의 관계능력을 요구하는데, 이러한 능력을 키우는 가장 빠르고 튼튼한 길이 독서라는 사실은 자명하다. 미래사회는 단순숙련공이 아니라 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 다른 생명체, 그리고 자연과 건강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감수성이 있는 사람을 필요로 하는데 이러한 인류의 경험과 지혜가 집약적으로 모여 있는 것이 바로 책이다.
무엇보다도 우리가 독서를 해야 하는 이유는 삶을 보다 바르고 주체적으로 살기 위함이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삶에 주인이 되고자 소망한다. 좋은 책은 우리의 삶을 끊임없이 반성하게 하며 삶에 대한 통찰력을 얻게 함으로써 지혜로운 인간으로 거듭나게 한다. 이런 사람들은 세상이 어떻게 변해도 중심을 잃지 않고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는 게 가능하다. 우리가 시대를 불문하고 어느 때나 책을 읽어야 하는 본질적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교육 현장에서 아이들이 희망을 느낄 때는 오로지 교사나 부모의 삶이 그들의 마음을 움직일 때뿐이다. 교사와 부모 자신들의 존재 자체가 바로 교육의 희망이며, 우리 아이들의 희망이다. 아무리 현실이 어렵더라도 지금의 조건에서 교사가, 부모가 한 발짝 앞서가며 보여주는 다른 삶의 가능성을 경험한 아이들은 앞으로 어떤 환경에 처하더라도 삶에 대한 자신감을 잃지 않고 헤쳐 나가지 않겠는가.

하여, 부모가 책을 읽는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우리들의 존재가 아이들의 희망이 되기 위함이다. 책읽기를 통해 이웃의 고통을 공감하는 진정한 상상력을 키우고, 자신의 삶의 주제들을 스스로 탐구하고 소통하는 힘을 키워가도록 부모들이 먼저 실천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새해, 마음을 다잡고 시작하는 ‘한 달, 한 권 책읽기’가 개인적인 지혜의 체화와 더불어 공동체적 삶을 함께 고민하고 모색하는 집단 독서, 사회적 독서를 지향하는 ‘함께 읽기’로 나아가면 좋겠다. ‘함께 읽기’를 통한 소통·공감·나눔의 작은 몸짓들이 보다 나은 우리 사회를 만들어 가리라 믿는다.

신영복 선생이 남긴 말씀을 다시금 새겨본다.

“역사의 변화는 쉽게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 역사의 장기성과 굴곡성을 생각하면서, 가시적 성과나 목표달성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지 말고 과정 자체를 아름답고 자부심 있게 즐거운 것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한명숙(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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