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대보름을 3일 앞둔 지난 19일 신북읍 지내리에서는 특별한 마을 총회가 열렸다. 3개리가 합동으로 매년 돌아가며 개최하는 도촌동계로 이미 400여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는 유서 깊은 행사다. 신북읍 지내리는 앞쪽으로 모진강(북한강)에 이르고 뒤로는 수리봉에서 이어지는 성문안산의 높은 산맥이 지켜주는 마을로 상리·중리·하리로 나뉘어 있던 마을이 행정구역 개편으로 지내1·2·3리로 구분된 마을이다.
지내리 마을은 행정구역은 나뉘어 있지만 해마다 연초에 3개리가 모여 합동으로 세배를 드리고 동계(洞契) 결산을 하는 행사를 400여년째 지켜오고 있는데, 이 전통은 도촌동약(陶村洞約)이라는 문헌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

마을의 연혁과 규약, 상벌규정을 담고 있는 2권의 동약과 입향인들의 성명이 기록된 좌목 등 5권으로 되어있는 도촌동약은 우리나라에서 동계가 처음으로 제정되는 16세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데, 가장 오래된 1권을 강원대학교 모 교수가 빌려간 후 반납을 하지 않아 정확한 연대를 측정하지 못하고 있다.
도촌동계를 맡고 있는 김영대 계장은 도촌동약을 도 지정문화재로 지정하는데 힘을 다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런 의미로 올해 동계에서는 지내리 마을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특강도 진행해 지내리 주민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고 있다. 이런 행사를 통해 마을의 전통을 이어가고 사건 사고가 없는 살기 좋은 마을로 만드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87세의 고령자부터 40대 중반의 장년층까지 60여명이 참여한 올해의 도촌동계는 새로운 신입 동원 3명이 가입해 더욱 알찬 동계를 꾸릴 수 있게 됐다는 김영대 계장의 전언이다.
강원도 내에는 영동지역 일부에 18세기의 동약이 존재하지만 영서지역에는 오래된 동계의 기록이 남아 있지 않은데, 400여년째 전통을 이어가는 도촌동약이 영서지역 최고의 동계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지역 향토사학자들의 주장이다. 핵가족화와 더불어 시골마을에서 아이울음이 끊기고 전통이 사라지는 시대인 요즘 이런 오래된 전통을 지켜나가는 마을이 춘천에 있다는 것은 춘천의 정체성을 찾고 자긍심을 가지게 하는 데 큰 기여를 할 것으로 여겨진다.

 

오동철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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