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시간은 금’이라고 한다. 원래 뜻하는 것이 무엇이었는지 관계없이 요즘 들어 점점 꼭 들어맞는 말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시간이 화폐로 수량화되어가고 있는 추세라는 사실이 두려움을 갖게 한다. 한편 화폐 보유량과 삶의 행복도가 비례한다는 것도 슬픈 이야기 중의 하나다. 이러한 사람들의 약한 부분을 노려 젊은 날의 시간을 희생하도록 강요하는 세태가 끔찍해 보이기까지 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노후 생활을 염려하면서 고려하는 가장 큰 대목이 경제다. 어느 정도의 금전을 가져야 노후를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지를 많이 걱정한다. 금전을 소유하고 있어야 하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가 갑작스럽게 닥칠 질병 때문이라고 한다. 큰돈이 필요한 질병을 염려하여 해당 보험을 더불어 준비해 두기도 한다.

영화《인 타임, In Time》(2011)은 시간을 화폐로 동치 시키려는 야비한 권력자들에 대한 예언이다. 돈이 있어야 생명을 연장 받을 수 있는 영화적 설정이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미 진행되고 있는 현행 의료시스템이라는 것에 전율할 수밖에 없다. 유전장수(有錢長壽)라는 서글픈 문구가 항간을 떠도는 게 괜한 기우(杞憂)였으면 했는데 그렇지 않게 되어버렸다.
평균수명이 해마다 늘어난다는 것을 자신들의 치적인양 보건당국은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외형적 수치가 아니라, 내부적 구성을 치밀하게 들여다보면 결코 자랑스러운 일이 아니란 것을 알 수 있다. 수명은 크게 무병(無病)시기와 유병(有病)시기로 나눌 수 있다. 실제 주목해야 할 것은 무병수명인데, 평균수명이 급격하게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무병수명이 별로 늘지 않았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결국 일반적으로 평균수명이 늘었다는 것은 병을 안고 살아가는 유병수명만이 연장되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병을 지닌 채 생명이 연장되는 유병장수가 더욱 더 보편화될 것이다. 유병장수를 위해서는 금전이 절대적이다. 유병장수의 기간은 투입비용과 직접 비례한다. 따라서 새로운 종목을 잠식하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다국적 기업에겐 아주 좋은 먹잇감이다. 장례사업과 더불어 결코 불황을 모르는 유망한 분야이기에 전력을 기울여 로비에 나서고 있다.


예전 장례식장에서 망자를 놓고 장난을 치던 이들에 대해 분개한 적이 있었다. 가장 저급한 인생은 사람의 생명과 죽음을 놓고 흥정하는 이들이란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삶의 위치가 극한 상황이기에 그런 놀이조차 없으면 스스로 숨조차 쉴 수 없다는 측은한 생각이 들면서 가라앉게 되었던 기억이 있다.


국민의 생명과 죽음을 놓고 장난을 치는 국가는 저급하다. 막장 인생들이나 저지를 법한 짓을 행하는 건 제 스스로 막장 상황에 처해있음을 시인하는 꼴이다. 안정감을 느껴야할 의료보험이나 의료시스템을 시도 때도 없이 조몰락거려 불안감을 조성하고, 언론을 이용해 은근히 국민에게 위협을 가하는 건 막장 인생들이나 저지르는 최후의 장난이기 때문이다.

 

 

이정배 (문화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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