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음이 좀 이상하긴 하지만 병신년은 붉은 원숭이의 해로 불길로 사물을 태우는 힘이 강한 양(陽)의 해라고 한다. 태양과 같이 사물을 살리는 쪽의 힘이 강하다는 이야기다.

해마다 푸르다, 붉다, 희다와 같은 색이 붙은 것은 해의 이름이 되는 두 글자 중 앞의 글자, 올해로 치면 ‘병’ 때문이다. 앞의 글자를 천간(天干)이라고 하는데 갑(甲), 을(乙), 병(丙), 정(丁), 무(戊), 기(己), 경(庚), 신(辛), 임(壬), 계(癸)라는 열 개의 글자로 구성되어 있다. 이 가운데 갑·을은 오행의 목(木)에 해당하는 청색, 병·정은 화(火)를 뜻하는 적색, 무·기는 토(土)의 황색, 경·신은 금(金)으로서 흰색, 임·계는 수(水)에 해당하는 흑색을 띤다고 여겨지고 있다. 이렇게 보면 발음이 좀 이상하긴 하지만 육십갑자에 담겨진 뜻으로는 좋은 해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보면 이런 육십갑자의 이치가 똑 같이 적용되지는 않았다. 누구의 입장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대한민국의 영토적 기반인 한반도의 통일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병신년이었던 서기 936년은 고려가 삼국을 통일한 해이므로 좋은 해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또 다른 병신년인 1896년은 친일내각과 일본에 신변의 위협을 느낀 고종과 왕세자가 궁궐을 빠져나가 러시아 공사관으로 거처를 옮긴 아관파천(俄館播遷)의 해로서 그렇게 영예롭지 않기도 했다. 이런 내용으로 보면 육십갑자가 담고 있는 동양의 음양오행설은 하나의 설에 불과하다. 새해 첫날부터 좋은 기분으로 시작하자는 의미에서 나누는 덕담이라면 모를까 해의 음력이름이 국운을 정해주리라 믿는다면 어리석은 일이다.

결국 올해 대한민국 국민의 삶은 누구도 아닌 대한민국 국민이 일궈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무엇을 해야 할까? 올해도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부지런히 일해야 하겠다고 결심을 해야 할까? 그렇다면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그간 열심히 살지 않았는가를 되짚어봐야 한다. 열심히 했음에도 불구하고 잘 살게 되지 않았다면 나의 행동 외의 다른 요인이 잘못되지 않은지 시선을 돌려봐야 한다.

돌아보면 춘천시민을 포함하는 대한민국 국민들은 새해를 열면서 늘 ‘열심히’ 살겠다 다짐해왔고 그렇게 살아왔다. 학생은 학생대로 직장인은 직장인대로 또 부모와 자식 역시 다 자기 역할을 다하고자 바쁜 삶을 살아왔다. 세상이 모두 ‘힐링’을 부르짖어야 할 정도로 지치게 살아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국민의 삶은 대부분 전보다 못한 쪽으로 진행되어 왔다.

그렇다면 이제는 내가 아니라 세상을 바꿔야 하지 않을까? 내가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돈은 계속 특별한 부자들 몇 사람에게만 몰려가도록 구조화되어 있는 세상을 바꿔야 하지 않을까? 만약 이런 생각을 한다면 올해 총선에서 이런 저런 대자본을 끌어들여 춘천을, 대한민국을 개발하겠다는 사람보다는 내가 열심히 일한 만큼 대접을 확실하게 받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들자는 사람에게 표를 던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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