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의 중심은 심장이 아니라 아픈 곳이라 했다. 몸 어느 한 곳이라도 아프면 온통 그곳에만 신경이 쓰이고, 그 아픈 곳을 치료하기 위해 우리 몸은 전력을 다해 사투를 벌인다. 그 아픈 상처가 온전히 치유돼야 비로소 몸은 평온을 되찾고 일상으로 돌아간다.

가정 또한 마찬가지다. 아픈 가족이 있으면 그 가정은 행복해질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그 가족이 온전하게 치유될 때까지 가족 모두가 돌아가며 간병하고 치료비를 마련하며 모두가 최선을 다해 돌본다. 경제적 이익만을 따지는 황금만능의 자본주의 관점에서 보면 어리석고 손해나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 어리석고 손해나는 일을 기꺼이 해낸다. 가정에 아픈 가족이 있으면 결코 행복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다소 비합리적이고 불편할지라도 모두의 행복을 기대하며 헌신하고 기다릴 줄 아는 것, 누가 뭐라 해도 이것이 우리가 아는 정상이다.

우리 농업이, 농촌이, 농민이 아프다. 듣기에도 생소한 UR·WTO·FTA·TPP라는 병마에 많이 아프다. 때론 가격폭락, 농가부채, 비관자살, 야반도주, 고령화라는 증상을 끊임없이 반복하며 고통을 호소하며 병마와 싸우고 있다. 지난 11월 14일 민중대회는 이런 고통을 정부와 국민에게 호소하는 장이었다. 다만 병마에 쇠진해진 농민들의 목소리가 너무 작아 우리 사회에 고통으로 신음하는 노동자, 도시빈민, 청년들, 이 고통과 신음을 외면할 수 없었던 양심적인 시민들이 함께 했을 뿐이다.

11월 14일 민중들의 외침에 대한 정권의 답은 차벽과 물대포였다. 또, 밥쌀용 쌀 추가수입이었고, 서울대병원 병상에서 사경을 헤매고 있는 백남기 농민이었다. 쉬운 해고와 적은 임금, 불안한 고용과 옥중에서 단식을 이어가고 있는 한상균 위원장이었다.

이제 국민이 답해야 합니다. 우리 사회의 환자인 민중의 고통을 어찌 할지, 또 지금 이 시간 가장 아픈 상처인 백남기 농민과 한상균 위원장을 어찌 할지 답해야 한다. 아파 신음하는 제 가족, 제 민중을 윽박지르고 재갈을 물려 가둬놓는 이 정권을 어찌 해야 하는지 답해야한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믿는다. 아픈 이웃과 함께하며 치유해 왔던 역사를 알고 있다. 아픈 이를 두고는 행복해질 수 없다는 지극히 평범한 상식을 믿기에 이런 비정상의 현실에서도 정상을 꿈꿔 본다.

신성재 (전국농민회 강원도연맹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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