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 사진을 촬영하느라 가끔은 땅위로 어렵게 올라온 다른 식물들에게 해를 입힐 때가 있다. 촬영에 몰두하다 보니 그런 잘못을 저지른다.
한계령풀은 내게 아주 특별한 식물이다. 식물도 감각과 감정을 갖고 있다는 것을 가르쳐 주었다. 일찍 고개를 내민 꽃은 가끔 봄눈을 맞는 경우가 있다. 봄빛 좋은 어느 날, 활짝 핀 꽃 군락지를 찍었다. 다음날 봄눈이 내려 눈을 이고 있는 꽃의 장면을 떠올리며 다시 현장을 방문했는데, 꽃은 잎을 오므리고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꽃에게 봄눈은 생사가 달린 재앙이다. 바람에 흔들리며 떨고 있는 꽃을 보며 나는 식물에 대한 기존관념을 버렸다.

한계령풀은 한계령이란 지명 때문에 더 친근하다. 우리나라 중부 이북의 고산에서 자라는 다년생 초본이다. 이른 봄에 피며 반그늘이나 양지의 토양이 비옥하고 물 빠짐이 좋은 곳에서 자란다. 키는 30~40㎝이고, 잎은 한 개가 1㎝ 정도 자란 후 세 개로 갈라진 다음 다시 세 개씩 갈라지며 반원형 또는 원형으로 원줄기를 완전히 둘러싼다. 척박한 환경에서 자라는 풀로 재배하기 까다로워 캐서 옮기면 거의 죽는다. 인제 곰배령, 홍천 공작산 등과 북 강원도 원산 마식령, 금강산 유점사터, 세포군 삼방리 등의 지역에서 발견된 기록이 있다.

김남덕 (강원사진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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