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다시 정치의 계절이 돌아왔다. 그러나 총선에 나서고자 출사표를 던진 예비후보들의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손해 볼 일이 없는 현역 국회의원들이 선거구를 마감시한인 올해 12월 31일까지 새로 획정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서다.

선거구 획정 문제를 미루는 일은 예비후보들에게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춘천과 같이 선거구가 2개로 나뉘고 한 선거구는 다른 지역과 합쳐서 국회의원을 뽑느냐 여부가 안건으로 오르내리는 경우는 유권자의 한 표를 어떻게 행사하는가와 연결된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정치인 어느 누구도 이 문제에 대해 지역민의 의견을 묻고 대변하려 하지 않았다. 이런 모습이 바로 지금까지의 대한민국, 그리고 춘천의 정치 현실이고 정치인의 실상이다.

그렇다면 정치와 정치인을 바꿔야 한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향에서 지역을 생각하고 지역민을 대하는 정치와 정치인이 생겨나야 한다. 이를 위해서 가장 필요한 일은 역시 유권자의 생각이 바뀌는 것이다. 다른 시각을 가지고 다른 요구를 하게 되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정치와 정치인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데에는 긴 설명이 필요치 않다.

하지만 <춘천사람들>이 성탄절을 맞아 춘천시민들로 붐비는 춘천의 명동거리에서 실시한 길거리 여론조사 결과는 기성 정치와 정치인을 바꿔 춘천사람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치로 만들기에 부적절한 내용이었다.

‘당신의 살림살이 나아지셨나요?’, ‘춘천은 어떤 도시인가?’, ‘레고랜드, 개발비리와 유적파괴에도 계속되어야 할까?’라는 세 가지 질문을 적은 진열판 위에 자신의 생각과 가까운 대답에 스티커를 붙이는 형식으로 진행된 조사에서 춘천시민들은 ‘살림살이가 힘들다’, ‘춘천은 관광도시다’에 다수가 투표했다. 힘들다고 응답한 것은 총 응답자 452명의 54.6%였으며 관광도시는 총 응답 351명 가운데 59%를 차지했다. 관광도시라고 응답한 이유는 대부분 ‘돈을 더 벌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총 362명이 참여한 레고랜드 개발에 대해서는 반대(50%)가 찬성(33.1%)보다 많긴 했으나 찬성은 물론 반대에도 지역 경기 활성화를 이유로 드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내용을 종합해보면 지역발전의 방향은 돈과 경기 활성화에 있고 그 방법은 당장 쉬운 관광도시이라는 뜻이다. 기존 정치인들의 구호와 전략과 다를 바가 전혀 없는 내용이다. 그러나 그 결과는 이번 레고랜드 비리사태에서 보듯이 춘천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쪽보다는 정치인, 행정관료, 몇몇 외부업자의 배만 불리는 쪽으로 진행할 것이다. 이제는 외부 사람들을 불러들이기 위해 대형으로 무엇을 개발하자고 하기 보다는 그 돈으로 춘천시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하고 춘천 곳곳의 모습을 피부에 와 닿게 아름답게 꾸미자고 요구해야 한다. 이런 요구를 하는 쪽으로 춘천지역 유권자의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 그래야 그에 걸맞은 정치인과 정치가 생겨날 수 있다.

저작권자 © 《춘천사람들》 - 춘천시민의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