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망초 (김예진 수예)

 

 

예전엔 졸업식에나 받았던 꽃다발이
지금은 특별한 날이 아니어도 받을 만큼 흔해졌다.
축하해, 고마워, 사랑해, 미안해…
꽃과 함께 품었던 말도
손쉽게 전할 수 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
인사도 꽃도 선물도 넘친다.
흔해지고 쉬워졌다고 해서
전하는 마음이야 다르겠냐마는
고마운 일인데
받고도 공허함이 남을 때가 있다.
특별한 날의 수많은 꽃다발이
감동의 기억으로 남아있던가?
특별하지 않은 어느 날
숲길을 함께 걷다 건네 받은
개망초 한 다발이
두고두고 떠올라 미소를 짓게 한다.
 
그럴싸한 포장지의 꽃 같은 말은
꽃 지면 쓰레기다.
담 낮추어
마당에 풀씨 날아들게 하여
함께 수고로움을 나누고
밤이면 더욱 커지는 풀벌레소리가
가득해서 위로가 되는
꽃 져도 열매 단단해지는
세월을 살고 싶다.

김예진 (자수공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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