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다. 대부분의 물고기들은 물이 차가워지는 겨울이 오면 물속 깊은 곳이나 바위틈을 찾아들어가 꼼짝 않고 웅크려 지낸다. 그렇지만 이때쯤이면 더욱 신이 나는 물고기가 있다. 바로 요정과 같이 작고 깜찍하고 깨끗한 물고기 ‘빙어’다. 몸길이가 10~15cm쯤 되는 빙어는 원래 연안이나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기수에서 살다가 이른 봄에 하천에 올라와 알을 낳고 죽는 일년생 물고기다.

 

 

이런 빙어가 무슨 연유로 내륙 깊숙이 자리한 소양호나 춘천호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아주 오래 전 빙어의 알을 받아 호수에 풀어놓은 것들이 적응하여 살고 있는 것이다. 빙어는 찬물을 좋아하는 물고기여서 한여름에도 수온이 20℃를 넘어가면 정상적으로 살아가기가 어렵다. 하지만 소양호나 춘천호와 같이 수심이 깊어 냉수대가 형성되거나, 아니면 작은 저수지라도 찬물이 유입되는 지류가 있으면 살아갈 수 있다. 수심이 얕은 의암호에도 빙어가 살고 있는데 이는 소양호에서 수온이 아주 낮은 물이 흘러들기 때문이다.

 

 

수온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10월말쯤이면 물속 깊숙이 들어가 있던 빙어들이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때쯤이면 소양강 콧구멍 다리에 빙어 낚시꾼들이 모여 들기 시작하고, 호수에 얼음이 어는 한겨울이면 본격적으로 얼음에 구멍을 뚫고 빙어낚시를 한다. 춘천호의 신포리나 오월리, 그리고 서면의 의암호가 빙어 낚시꾼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날씨가 춥다고, 손이 시리다고 너무 웅크리지만 말고 의암호 주변이라도 한 바퀴 돌아보자! 행여 빙어의 상큼하고 비릿한 냄새가 바람결에 묻어올 수도 있을 테니까.

 

 

송호복 (사단법인 한국민물고기생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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