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지인이 소개해서 D를 만나게 됐다. D의 부모님은 D가 학업 수준이 높아 중학교 3학년 때까지 성적이 매우 좋았으며, 대학 진학을 위해 C고 대신에 내신에 유리한 S고로 진학시켰다고 했다.

아이에 대한 자부심도 자부심이었지만, 아이를 지도한 방식에 대한 스스로의 자부심도 대단했다. 철저한 관리로 아이 공부를 시켜왔고, 인터넷이나 기타 교육자료를 통해 직접 아이를 지도해 왔다는 것이다. 결국 아이의 성적을 부모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결과로 여기고 있었다. 아이 교육에 열성인 부모님들이 많기는 하지만 D의 부모처럼 아이의 공부시간, 학원선정, 지도방식까지 모두 결정하는 부모는 흔치 않다.

학부모와 상담하다 보면 자기 아이에 대해 포장해서 말하는 경우를 자주 접하게 된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실상은 그러지 못한 경우가 많다. D도 그랬다. D는 그렇게 뛰어난 학생은 아니었다. 이해력은 좋은 편이었지만, 성실한 편은 아니었다. 아이에 대한 부모의 과신으로 1학년 수학을 다 마무리도 하지 않은 채 선행학습을 하길 원했다. 첫 단추부터가 문제였다. D는 선행 학습을 소화하지 못했다.

사실 D에게는 더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중학교까지 부모에게 순응하던 D는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사춘기를 맞았다. 친구관계가 중요해졌으며, 공부보다 게임에 더 큰 재미와 성취감을 느꼈다. 부모에게 짜증도 많이 냈다. 내가 D를 만나 수업을 시작할 시점이 바로 그 변화가 시작된 무렵이었다.

게임은 정말 심각한 상태였다. 요 몇 년 악마의 게임이라 불리는 리그 오브 레전드(흔히 LOL 이라 불리는)에 심취해 있었다. 한 번 하는데 40분~1시간 정도 걸려서 3~4번만 하면 4~5시간은 하게 되는 게임이다. 희한하게도 D의 어머님은 게임에 관대했다. 아이가 스트레스는 풀어야 하니 게임까지 막을 필요는 없다고 여겼다. 하지만 일상생활까지 문제가 될 정도로 게임에 몰입하게 되자 갈등은 점점 심해졌다.

게임에서 계급이 올라가는 것만큼 D의 성적은 떨어졌다. 중상위 성적에서 중하위권 성적으로 떨어져 유명 대학교 진학은 먼 이야기가 됐으며, 도내 K대 진학도 어려운 정도가 돼버렸다.

는 점점 의욕을 잃어갔다. 쉽게 ‘패배자’, ‘인생이 망했다’는 말을 자주 내뱉었다. 자존감은 찾을 수 없었다. 어려울 때 항상 부모가 다 해결을 해주었으니, 스스로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은 배운 적도 없었으며 의지도 없었다. 참으로 무기력했다.

나아질 가능성이 없었고, 내가 해줄 것이 없었다. 아이들을 지도한 지 10년! 처음으로 스스로 지도를 포기하고 말았다. D는 그래서 아직도 내겐 응어리로 남아 있는 아이다.

강종윤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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