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뻑 땀이 배도록 뛰고 싶은
정갈한 피 한 방울 되고 싶은 땅
만나는 이마다 사랑하고
만나는 이마다 이야기하고
내 것이 열 개라면
여섯은 남을 주며
바보스럽게, 바보스럽게 살아 왔으며
깨끗한 모래보다
진흙덩이로 남고 싶은 땅
그저
사람이 되고 싶은 땅으로
살아갈 것이다.
<이땅에서>

 

봉의산 아래서 태어나
평생 봉의산 주변만 맴돈 시인”


유난히 따듯한 겨울, 얼음이 얼지 않아 겨울 축제가 위기다. 두꺼운 옷을 파는 이들의 주름살도 깊어간다. 시인이면서도 춘천의 역사에 대한 남다른 열정을 가진 이무상 시인을 만나기 위해 풍물시장 북산집으로 갔다. 워낙 술을 좋아하는 시인이다. 시인은 1975년 강원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이후 1983년 첫 시집 ≪사초하던 날≫, 1986년 ≪어느 하늘별을 닦으면≫, 2000년 ≪향교골 시첩≫ 등 4권의 시집과 춘천의 지명유래를 통해 역사를 찾아가는 ≪우리의 소슬뫼를 찾아서≫(2007년) 등 5권의 저서를 냈다.

오미나루를 계기로 지명을 통한 역사 찾기 시작
시인은 왜 역사에 관심을 가지게 됐을까? 역사를 하는 사람들이 공부는 하지 않고 부분적 견해만으로 자기주장을 펼친다는 말로 맘에 담겨 있던 이야기를 꺼낸다. 서면 신매리에 선산이 있어 어릴 적부터 들었던 오미나루에 대한 의미를 생각하다가 오미나루가 ‘외뫼(孤山)’라는 걸 알게 됐다. 그걸 계기로 역사가 기록되기 이전의 역사는 지명을 통해서 찾아야 한다는 깨달음으로 춘천의 지명을 통한 역사 찾기가 시작됐다고 한다.
≪우리의 소슬뫼를 찾아서≫에서 시인은 지명을 통해 춘천의 역사는 물론 맥국에 대해서까지 통찰하고 있다. 춘천지역 사학자들이 문헌에만 매달려 지명을 통한 역사 이전의 역사를 이해하려 하지 않고 편향된 주장을 펼치고 있다는 주장이다. 시인이 태어나 자란 춘천에 대한 애정에서 출발해 긴 역사 여행을 했지만 천성은 시인이다. 오랜 시간 역사에 빠져 살면서 이제는 뭔가 보이려고 하는데 나이를 먹어버렸다며 아쉬워한다.

춘천을 닮은 시
어떤 평론가는 시인에 대해 봉의산 아래에서 태어나 팔순을 넘기도록 한평생을 봉의산 주변만 맴돈 시인이라고 했다. 시인의 시는 <봉의산연가>, <대룡산>, <의암호에서>, <이땅에서> 등 춘천의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그러니 시인의 시가 춘천을 그대로 닮았다는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고향을 그려내는 시어(詩語)들의 연륜이 그만큼 쌓였다는 말일게다.
송년 인사를 부탁했다. 문화예술인들이 너무 고집 세우지 말고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며, 앉아 있는 사람보다 서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아울러 춘천의 역사를 잘 정리해 달라며 <이땅에서>라는 시 낭송으로 인사를 대신한다.

글 오동철 시민기자/ 사진 김남덕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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