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정치인 안철수가 연일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그래서 이번엔 안철수와 관련된 이야기를 좀 하려고 한다. 그렇다고 정치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니 오해하지 마시길. 전에 종합학원을 다닐 때 고3반 지도를 맡았다. 거기서 한 여자아이를 만나게 됐는데, 나이는 또래 친구와 같은 19살. 그런데 학교에 다니지 않고 있었다. 중학교 졸업 후 고등교육 과정은 검정고시로 마치고 대학 입학을 준비하기 위해 학원에 다니고 있었다.

‘머리가 엄청 좋아 공부를 너무 잘하는 아이여서 도저히 또래 친구들과 같이 공부할 수 없는 아이구나’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수업을 해보니 그 아이는 고등수학 기본내용도 잘 모르고 있었다. 홈스쿨링을 했다거나, 특별하게 선행학습을 했다고 보기에는 학습 상태도 좋지 않았다. 무표정한 얼굴로 수업내용에 집중하지 못했고, 정해진 학원 등원시간보다 항상 지각하거나 결석이 잦았다. 워낙 수업에 나오지 않다 보니, 이야기를 나눌 시간도 없어 자세한 속내를 들어볼 기회도 없었다.

당시 나는 그 학원에 뒤늦게 들어갔기에,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는 동료 강사들에게 많이 의존했다. 그 여자아이 이야기도 결국 동료 강사께 물어보고 사연을 알게 됐다. 아버지는 서울대학교 출신에 춘천지역에서 개인병원을 하는 의사였고, 매우 자존심이 높은 사람이라고 했다. 툭하면 안철수가 자기와 대학 동기였고, 대학 시절 본인이 안철수보다 나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닌다고 했다. 본인보다 못했던 안철수가 기업가로 성공도 하고, 정치인으로까지 된 지금 그는 뭐라고 말할까?

그 아이 아버지는 아이가 중학교를 졸업하고 C여고로 진학하길 희망했던 모양이다. 본인이 일류였기에 아이도 일류여야 하고, 일류가 아닌 자식은 부끄럽다고 생각하는 아주 잔인한 인식을 한 아버지!

아이는 끝내 성적이 낮아 다른 학교로 진학하게 되었다. 그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아버지는 결국 학교를 그만두게 했다. 수업을 자주 빠지던 그 아이는 끝내 학원을 옮겼다. 학원 원장님이 새로운 자극이 필요하다 판단해 재수생들이 다니는 학원으로 옮겨 공부를 해보라고 권했다고 했다. 끝내 그 아이가 어느 대학으로 진학을 했고, 지금은 어떻게 사는 지 알 길이 없다.

학원 생활을 하다 보면 부모와 자식에 대해 자주 생각해보게 된다. 또 가족에 대해 찬찬히 곱씹어 보게 된다. 그리고 나 또한 우리 아이를 통해 나를 꾸미고 치장하고 있는 건 아닌지 되돌아보게 된다.

강종윤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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