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의 맛


이진희

연한 송아지 고기는 더욱 부드럽게
대화는 한 모금 포도주를 굴리듯 우아하게
건배는 건배에서 건배로 이어 이어져 건배

아무리 아름다웠을지라도
이곳 눈부신 정원에 이식된 꽃들은
지친 표정을 들키는 즉시 뽑혀나가고

오늘 아침 고용된 앳된 악사들은
좀처럼 어두워지지 않는 밤의 전경을
노련하게 연주해야 하는데

남아도는 우유처럼 버려질 물질을 생산하느라
한밤중에도 과도하게 불 밝힌 먼 곳의 공장들

태어난 이유도 성장하는 목적도 알지 못한 채
좁은 철창에 갇혀 피둥피둥 사육되는 시간들

깊은 절망의 땅속으로 뻗어나가는 뿌리를
싱싱한 가지라고 선포한 것에 동의하지 않으면
눈물도 계량되어 무거운 세금이 매겨질 듯하다






재의 맛은 돈 맛의 뒷맛일까?

자본주의의 핵심은 남아도는 물질을 생산하여
유통시키고 거기서 잉여가치라는
마술이 연출된다는 것이다.

자본가가 가져갈 잉여가치 외에는
모두 도구다. 하지만 그 잉여가치는 허구다.

허구의 가치를 위해 노동은 소모된다.

노동이 도구이기 때문에 세금이 매겨진다.

그게 내가 살고 있는 사회의 시스템이다.

그런 사회는 정열도,
삶의 열기도 없는 죽은 세계다.

우리는 죽은 삶을 이미 맛보고 있는 것이다.

지금 여기에서.

한승태 (시인)

저작권자 © 《춘천사람들》 - 춘천시민의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