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일 간의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됐다는 정부 발표로 논란이 크다. 우리는 이 시점에서 위안부 문제의 해결이 의미하는 바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으면 싶다. 한국근현대사는 일제의 강점과 분단, 그리고 이어진 전쟁과 독재정권의 출현으로 무수히 많은 민간인이 공권력에 의해 희생되거나 피해를 입고, 트라우마를 숨긴 채 가슴 아픈 세월을 지내온 역사나 다름없다. 한국사회의 화해와 사회통합은 그들의 아픔을 치유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곧 문제의 해결이란 그들의 아픔을 지워주는 것이란 뜻이다.

오는 3월 개봉예정인 위안부 영화 ‘귀향’의 조정래 감독은 영화를 촬영하면서 위안부 소녀를 연기하는 배우들이 정신적인 상처와 후유증이 생기지 않도록 촬영 이전부터 의학 전문가의 정신상담을 받도록 도왔다고 한다. 영화에 출연하는 배우들도 정신적인 충격을 걱정할 정도인데, 직접 그 일을 겪은 위안부 할머니들의 상처는 한이 되어 가슴에 응어리로 화석화되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위안부 문제의 해결이란 결국 그들의 가슴에 맺힌 한을 풀어주는 것과 다름이 아니다.

그들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가해자의 진심 어린 사과가 필요하고, 또한 피해 당사자들의 용서가 있어야 하며, 앞으로 이러한 문제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국가적, 사회적 약속이 이루어져야 한다. 적어도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려면 우선 가해 당사자가 직접적으로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용서를 구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한일 간의 위안부 합의는 가장 우선시되어야 할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일본의 직접적인 사과가 없었다. 일본정부가 한국정부에 한 사과는 법적인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았으며, 진정으로 그들의 행동에 대한 성찰을 바탕으로 용서를 바라는 행위가 아니었다.

사과와 용서의 당사자들이 배제된 채 이루어진 이번 합의는 당연히 위안부 할머니들의 용서를 이끌어낼 수 없고, 오히려 분노를 더 촉발시킬 뿐이다. 지금도 위안부 할머니들은 한을 풀지도 못하고 한 분, 두 분 여전히 가슴 깊이 고통을 간직한 채 생을 마감하고 있다. 더 늦기 전에 이들의 마음속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사과와 용서, 나아가 회복을 위한 작업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또한 잘못된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그러한 역사를 상기시켜 줄 시설물도 필요하다. 인류는 과거의 지나간 역사를 성찰하여 교훈을 찾고 발전적인 미래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그런데 일본은 그들의 잘못을 반성하기는커녕 그들의 역사를 지우기에 급급하여 이번 합의에서도 일본대사관 앞의 ‘평화의 소녀상’을 철거하라는 이해할 수 없는 요구를 했다.

그러므로 위안부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것이다. 문제 해결의 길은 일본의 참된 사과와 그에 따른 위안부 할머니들의 용서와 화해가 있어야 할 것이고, 이를 통해 위안부 할머니들의 마음의 상처가 회복돼야 가능하다고 할 것이다.

엄찬호 (강원대 인문과학연구소 HK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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