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의 두 얼굴

국민가수 이미자가 부른 ‘동백아가씨’는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울린 인기가요였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동백꽃은 한겨울 봄소식을 전하는 꽃으로 빨간색이 인상적이다. 이 꽃은 특히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을 때보다 꽃이 송이째 땅 위에 뚝 떨어져 있을 때 더욱 애절하다.

동백

사람들도 땅 위에 핀 동백이 나무에 핀 동백보다 몇 배 아름답다고 말한다. 춘천에도 4월이면 골짜기마다 동백꽃이 핀다. 그러나 김유정 소설에도 등장하는 춘천의 동백꽃은 남도의 붉은 동백꽃과는 다르다. 생강나무로 불리는 춘천의 동백꽃은 나무 크기가 5m정도의 관목이다. 고려 유민들이 불렀다고 전해지는 ‘정선아리랑’에 “싸리골 올 동박이 다 떨어진다”라는 가사가 있고, 또 전 국민의 사랑을 받는 대중가요 ‘소양강처녀’에는 ‘동백꽃 피고 지는 계절이 오면 돌아와 주신다고 맹세하고 떠나셨죠’라는 가사가 있듯이 노란 동백꽃은 강원도 사람들에게 친숙하다.

동백꽃 강원도 문화유산
어느 산이나 이른 봄이면 지천으로 피어나는 동백은 동박, 개동백, 개동박이라 불렸는데, 그 이름은 그 나무의 쓰임새와 관련이 많다. 남도의 동백과 우리 고장의 동백은 모두 열매에서 기름을 짜 머릿기름으로 사용하는 등 생활용품으로 쓰였는데, 우리 고장의 동백은 씨앗이 작아서 기름도 적게 나온다.

아주 오랫동안 친숙했던 동백이라는 이름은 1970년대 식물 분류법에 따라 남도의 붉은 동백과 구분해 생강나무로 이름이 바뀌었다. 가지와 잎에서 생강냄새가 난다. 동백은 강원도 사람들이 천년 넘게 불러오던 이름이다. 강원도 사람들의 생활 속에 깊숙이 자리하며 강원도 문화가 배어 있는 동백꽃 이름이야말로 다시 되찾아야 할 우리의 생활유산은 아닐런지.

 

김남덕 (강원사진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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