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안개는 도시를 삼켰다가 뱉어 낸다 산은 번번이 가라앉은 도시를 투망으로 끌어올린다 호수의 물결처럼 곡선의 틈이 많은 春川은 사람을 닮았다 제 틈새마다 안개를 숨겨두고 안개 틈새마다 물빛 세상이 넘나드는 걸 본다 도시는.

(시, ‘안개는 사람을 닮았다’ 중에서, 웹진 <시인광장> 선정 올 해의 좋은 시)

가벼운 문체로 쉽게 읽혔지만 깊은 여운을 남기는 금시아의 시. 그녀의 시는 바흐를 닮았다. 긴 문장들로 써내려갔지만 불필요한 단어는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마지막 순간까지 퇴고를 한다고 하는 시인 금시아. 단어 하나, 조사 하나에도 심혈을 기울인 흔적이 엿보인다.

마흔 아홉, 영어 공부를 할까 싶어 찾아간 교육원에서 마주친 문예창작반. 홀리듯 이끌려 들어간 그 곳에서 처음 시를 배웠다. 만능 스포츠우먼이었던 금시아(본명 김인숙). 그녀는 갑작스런 부상으로 병원에서 한 계절을 나게 된다. 긴 시간 그녀를 위로해 주었던 수많은 책들. 그 시간이 없었다면 시인이 될 수 있었을까.

시를 시작한 지 1년 만에 천 편이 넘는 시들을 필사하고 국문학과에 늦깎이 대학생으로 입학해 문학을 공부했다. 이듬해 ‘제17회 김유정 기억하기 전국 문예작품’ 대상 수상, ‘제3회 여성조선문학상’ 수상에 이어 2014년 ‘시와 표현’으로 등단했다. 오는 23일 토요일 오후 5시, 에스엠이벤트회관에서 금시아의 첫 번째 시집 출판기념회가 열린다.

 

김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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