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청년이 자전거를 타고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며 드넓은 들판을 내달린다. 유럽 한 복판에서 그는 자전거를 벗 삼아 여행 중이다. 자랑삼아 부르는 노래일까, 듣는 내내 약 올리는 것 같았다. 아니 솔직히 고백하자면, 부러웠다. 미치도록!

현수막이 나부낀다. 다들 모여 기지를 만들어 보잔다. 쉽게 생각하지 못한 것들을 꿈꿀 수 있는 비밀기지를 하나 만들자고
부추긴다. 세상에 이렇게 돈키호테 같은 사람이 있다니! ‘미친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부러웠다. 미치도록!

이 돈키호테 같은 사람, 유럽 한 복판을 홀로 누비는 배짱을 보여준 청년, 주한빈!

지금 우리 시대 청년에게는 ‘삼포세대’, ‘부장인턴’, ‘스펙과열’과 같은 딱지가 붙여져 있다.

그 굴절된 만화경(萬華鏡)으로는 도저히 이해되질 않는 행보를 걷고 있는 주한빈 씨가 내게는 늘 궁금한 청년이었다.

2016년 새로 장만한 작은 기지에서 작당모의를 하고 있는 돈키호테 주한빈 씨를 만났다.

새로운 작업실을 꾸리셨다고 들었습니다.
주한빈 현재 ‘Stone Kid’라는 영상제작팀 활동을 하고 있는데, 그간 함께 회의하고 작업할 공간이 없어 많이 힘들었어요. 때 마침 주거와 사무를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을 발견하고 사무실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영상제작이라면 어떤 주제를 다루나요?
주한빈 처음에는 직접 공연을 기획해 여러 문화행사나 밴드 라이브공연을 많이 했어요. 참 열심히 준비했는데, 정작 사람들은 우리가 준비한 행사를 잘 모르더군요. 몰라서 오고 싶어도 오질 못한다는 이야기를 하는 겁니다. 접근성의 한계랄까요? 그래서 사람들이 쉽게 찾을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생각 끝에 공연현장을 영상으로 담거나, 실력 있는 인디밴드를 발굴해 사람들에게 영상으로 알리는 작업을 해야겠다고 가닥을 잡게 된 것입니다. 그 활동을 ‘Stone Kid’란 이름으로 하고 있습니다.

주한빈씨는 어릴 때 형을 따라 인디밴드 음악을 자주 들었다고 한다. 대학 입학 후 밴드 동아리에 가입해 1년 내내 밴드 활동에 흠뻑 젖어 지냈다고도 했다. 그런 그가 밴드 활동이 아니라 행사기획과 문화공간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가 궁금했다.

주한빈 군대 제대 후 다른 친구들처럼 미래를 고민했어요. 제가 조경학과를 다녔는데, 복학을 하면서 공부를 좀 해야겠다는 생각에 학과공부를 하기 시작했어요. 조경 관련 공부를 하면서 공간과 사람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디자인된 공간에서 사람들의 반응과 행동을 상상하는 것이 너무 매력적이었어요.
그 매력에 이끌려 조경업체 인턴까지 하게 됐는데, 이론과 현장은 매우 달랐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제가 이 생활을 견딜 수 있을까 하는 회의감까지 들더군요. 정말 지긋지긋했거든요. 그래서 일상에서 벗어날 탈출구가 필요했는데, 그것이 바로 일과 중 몰래몰래 인터넷을 뒤지며 유럽 여행을 계획하는 거였죠!(웃음)
그렇게 떠난 유럽 여행에서 제 자신과 제가 하고픈 일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귀국을 하고 다시 ‘청춘문화공작소 청춘’(2014년)을 시작하면서 여행할 때 가졌던 고민을 좀 정리하게 되었습니다.
공간이 사람들에게 반응을 이끌어 내듯이, 공간과 문화와 예술을 결합하면 상상하지 못한 사람들의 반응을 만들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 새로운 인식 때문인지 그 후 저는 무대 구성을 넘어 건물을 고민하고, 건물을 넘어 도시까지 생각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쉽게 결정하지 못한다. 불안한 미래(잘 먹고, 잘 살기에 대한 불안) 때문에 안전한 현재에 몰두한다. ‘나답게 살자’라는 지극히 당연한 말을 실천하는데도 큰 용기가 필요한 것이 우리가 딛고 있는 현실이다.

출발하는 순간의 각도 1°차는 티도 나지 않는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1°는 작은 ‘차이’를 넘어 큰 ‘다름’이 돼버린다. ‘다름’은 미래에 대한 불안보다 현재에 대한 외로움으로 다가온다.


한빈씨가 고민하고 앞으로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친구들과 자주 이야기 하나요?
 

주한빈 아니요. 처음에는 했지만, 대화할 때마다 차이만 확인하게 되더라고요. 친구들은 제 활동을 불안하게 보며, 잘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래서인지 웬만하면 각자 준비하는 일에 대해선 이야기를 잘 하지 않습니다.

언제부턴가 즐기는 인간, 감정을 그대로 표현하는 인간에 대해 우린 너무 낯설어 하는 것 같다. 인간의 이성을 통해 만들어진 사회나 시스템이 항상 옳다는 불가침의 영역이 만들어졌다고나 할까! 하지만,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사회나 시스템도 몇몇 돈키호테의 행동이 없었다면 과연 존재할 수 있었을까?

이곳 춘천에도 그런 돈키호테가 꿈을 꾸고 있다. 도시 곳곳에 문화와 행사가 넘실대는 걸 상상하면서 말이다. 이 귀한 돈키호테가 신명나게 날뛸 수 있도록 가끔은 산초가 되고, 또 가끔은 풍차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강종윤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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