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 시청사로 시민과 만나는 옛 춘천여고, 담이 헐리다
목백합 나무가 오롯이 서 있는 옛 춘천여고의 담이 헐렸다. 1934년 개교한 이래 오랫동안 금남의 공간이었던 여고의 담이 헐렸지만, 시민들에게 열린 그 공간은 낯설고 어수선한데다 실망스럽기까지 하다.
춘천시가 현 청사부지에 신청사를 지으면서 옛 춘천여고를 임시청사로 사용키로 해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이다. 지난 9월부터 시작된 리모델링 작업이 끝나면 내년 2월부터 3월까지 각 부서가 이전돼 이곳에서 본격적으로 행정업무를 보게 될 계획이다.
임시청사로 쓰임에 따라 옛 춘천여고 앞 도로도 내년 6월이면 4차선으로 확장된다. 임시청사의 임무가 끝나더라도 춘천여고를 무작정 허물지 말고, 그 과정에서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기를 당부한다. 항간에선 문화예술인들의 공간으로 만든다든지, 문화예술부서와 유관기관들을 입주시켜 복합문화 예술기관단지로 만들 계획이라는 소리도 들린다. 그나마 문화공간으로 쓰일 가능성이 있다니 안도할 따름이다.
가뜩이나 여고생들의 웃음소리가 없는 운동장을 홀로 지킬 목백합나무가 안쓰러웠는데, 담까지 헐리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니 잘 버틸 수 있을지 우려스럽기도 하다.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친, 이 오래된 춘천여고 건물이 좀 더 춘천시민에게 가까이 열리고, 그 역사의 향기 또한 잘 보존될 수 있도록 소중하게 다뤄주길 기대한다. 오래된 역사에는 그에 걸 맞는 예우가 필요하다. 역사는 그 자체로 가치가 있으며 현재와 미래의 자산이기 때문이다.
글 김은하 기자 / 사진 김남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