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6개월 춘천 새내기의 춘천 살기

춘천은 대학시절 MT를 오거나 연애시절 데이트를 하던 기억들로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하는 뭔가 꼬물거림의 그런 곳이었다. 그런 곳에서 내 나머지 인생을 살아야 하는 곳으로 정한 뒤 1년 반을 살았다. 아는 사람 한 명 없는 타지에서의 삶은 그다지 녹녹하지 않았다. 물론 아이를 낳고 직장복귀를 포기하면서 대인관계가 끊어진 면도 있지만, 춘천 사람들을 만나면 데면데면하다고 해야 할지 친절이라는 말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것 같은 인상을 받은 적도 여러 번 있다. 한 번은 춘천 입성 후 우유곽을 모아 주민센터에 가져갔는데 누구하나 안내해 주는 사람도 없었고, 담당자를 찾아 내어주니 잠시 멀뚱히 쳐다보는데 민망함을 느꼈다. 나는 두루마리 휴지 2롤을 받고자 우유곽을 씻고 말려 뜯어서 가져다 준 것이 아니라 내가 그냥 버리면 쓰레기가 되지만 함께 모으면 재활용이 되니 내 아이가 살아갈 환경이 아주 조금이나마 덜 훼손되길 바라는 마음이었는데 그걸 외면당한 기분이어서 속상했던 기억이 있다.

또 한 번은 여성회관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듣고자 스마트폰으로 버스노선과 시간을 검색한 뒤 근처 정류장으로 향했다. 그런데 도착한 정류장 모니터에 안내되는 것과 폰에서 예측하는 것 두 가지 모두 다르게 표시돼 있었고, 결국엔 한참 뒤에야 버스를 타게 됐다.

이윽고 목적지에 도착해 보니 이동시간이 40여분이나 훌쩍 넘었다. 자차를 이용했으면 10분이면 주차까지 끝낼 수 있는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대기시간과 이동시간을 합해 1시간 이상 시간이 걸린 것이다. 아! 내 시간~ 누구에게도 무엇을 주고서도 살 수 없는 시간인데 어디에 하소연 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이젠 자차가 없을 경우 그냥 택시를 이용하곤 한다. 춘천에서 나고 자란 어떤 분이 춘천은 좁은 곳이어서 이곳에서 저곳은 대략 10분이면 다간다라는 말을 하던데 나는 아직 그 말을 실감할 수 없다.

나는 앞으로의 생을 이곳 춘천에서 살아가야 한다. ‘춘천이 나의 제2의 고향이 되겠지’ 라는 맹목적인 믿음과 희망보다는 사소한 부분일지라도 하나하나 개선돼서 나와 내 가족 모두가 점점 사랑하는 춘천이 됐으면 좋겠다. 짧은 시간 경험해본 춘천이야기가 매우 단편적일지도 모르겠지만 지방자치를 시행하는 이 나라에서 지역을 돌보는 분들이 한 번쯤 고민해 본다면 더욱 ‘사랑스런 춘천’이 되지 않을까 싶다.

홍은정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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