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시 부시장이 검찰에 전격 소환되면서 하나씩 그 실체를 드러내고 있는 레고랜드 관련 비리는 춘천시를 포함한 지역의 문화사업이 어떤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하는지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유치원 보육비를 제대로 줄 수 없어서 중앙정부와 지방 교육청이 줄다리기를 하면서 빚을 내야 할 지경이고 학생들의 급식을 제대로 해결해줄만한 예산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상황이라면 몇몇 업자의 배만 불려주는 사업은 해서는 안 될 일이다. 그러나 강원도도 춘천시도 그간의 타성에 젖어 성공한 사례가 없는 대형 관제 문화 사업에 또 돈을 퍼부으려 하고 있다. 바로 춘천의 중도에 들어서는 레고랜드 사업이다. 강원도에서 외지 사람을 불러들여 돈을 벌고자 하는 사업은 대부분 문화·레저 사업인데 이는 지금까지 마땅히 성공한 사례가 없다. 이번에 벌어지는 레고랜드 사업 역시 태백의 오투리조트나 평창의 알펜시아 사업과 같이 관광객에 의존해 사업을 하겠다는 점과 관이 먼저 나서서 사업을 챙기는 관주도형 사업이라는 점에서 닮았다.

따라서 레고랜드 사업 역시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관광 수입에 의존해 지역사회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지역민 전체가 하나의 관광 자원이 되어 관광객 유치의 주역이 될 때 의미가 있는데 관이 나서 이를 대신하게 되면 지역민이 객체로 전락할 수밖에 없게 된다. 관광을 유도할만한 문화자원이 형성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게 되는데 관 주도 사업은 이런 내용보다는 당장 보여주기 위한 성과에만 관심을 둠으로 업자에게 매우 의존적인 태도로 일관하게 된다. 다양한 특혜와 편의를 제공하면서 얼른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어달라고 부탁을 하는 상황이 연출되는데 여기서 각종 비리가 터져 나오게 된다.

이번의 레고랜드 관련 비리 사건의 내용도 이런 관주도 관광사업의 전형적인 모습을 그래도 담고 있다. 레고랜드를 중도에 짓는 시행사인 LL개발(레고랜드 개발)은 도가 참여하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여기에는 LTP(런 투 플레이)코리아, 레고랜드에 대한 해외 투자사인 영국의 멀린그룹, 현대건설, 한국투자증권 등의 기업이 참가했다. 사업이 진척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레고랜드 본사와 협상권을 가진 LTP코리아 관계자들이 원하는 호텔부지의 우선 매입권과 같은 이권을 주지 않을 수 없고 공무원은 대가를 챙기게 된다.

수백억원에 달하는 이권 배분을 둘러싼 업자간 내부 분쟁이 없었다면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을 비리가 드러나 그나마 문제를 일부나마 바로잡을 수 있게 된 일은 다행이지만 불행한 일은 이런 구도 하에서는 레고랜드가 완성되어도 지역민의 삶의 향상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차라리 돈으로 이 지역민들이 문화를 일구도록, 스스로 즐겁게 살아가도록 만드는 일이 더 유용하다. 그러면 돈을 들고 업자들이 춘천에 찾아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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