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평화이기도 하고, 남녀 간의 사랑이기도 하고, 스승이나 어버이에 대한 존경이기도 하다. 무엇을 상징하느냐에 따라 가치가 커지기도 하고 작아지기도 한다.

강원도를 상징하는 꽃은 철쭉이다. 철쭉은 매년 5월이면 강원의 산하를 연분홍으로 물들인다. 그러나 내게 강원도를 상징하는 꽃을 대라고 하면 나는 서슴지 않고 동강할미꽃을 추천하겠다.

동강할미꽃(김남덕 사진)

우선 동강할미꽃은 오직 강원도 땅인 영월·평창·정선·삼척 등 석회암 암벽에서만 핀다. 그리고 동강할미꽃은 강원도 사람들의 심성을 닮았다. 유유히 흐르는 동강을 사이에 두고 벼랑에 핀다. 넓은 평야지대를 다 내버려두고 굳이 척박한 강원도 땅을 일구며 사는 강원도 사람들을 닮았다. 마지막으로 척박한 땅에 뿌리를 내려 다양한 색을 피워낸다. 청보라·연분홍·적색·흰색·노랑 등 다섯 가지 색으로 피어 보는 이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하나의 꽃이 오색으로 피는 예는 드물다. 척박한 땅에 정착한 강원도 사람들도 강원도만의 독특한 문화를 만들어 내기에 더욱 애착이 간다.

동강할미꽃이 여러 종류의 색으로 피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기본적으로 영양상태와 관계가 깊다고 말한다. 석회암지대처럼 빈약한 영양상태에서 자란 식물은 변이가 많다는 것이다. 변이가 많다보니 꽃의 색도 다양해졌다는 조심스런 진단이다. 또 이른 봄에 핀 동강할미꽃은 다양한 꽃으로 벌과 나비를 유혹하기 위함이 아닌가 한다. 한 가지 색으로 벌과 나비를 부르는 것보다 다양한 색으로 유혹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동강 절벽 위에서 유유히 흐르는 동강의 물길을 지켜보며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동강할미꽃. 다음 세대에 물려줘야 할 귀한 꽃이다.

김남덕 (강원사진연구소장)

 

저작권자 © 《춘천사람들》 - 춘천시민의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