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입니다. 다들 어렵고 힘든 한 해를 보내셨지요? 이제 새해가 다가옵니다. 새해에는 좀 더 삶이 여유롭고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과 함께 행복했으면 참 ‘좋겠습니다’.

그랬으면 좋겠다 살다가 지친 사람들 / 가끔씩 사철나무 그늘 아래 쉴 때는 / 계절이 달아나지 않고 시간이 흐르지 않아 / 오랫동안 늙지 않고 배고픔과 실직 잠시라도 잊거나 / 그늘 아래 휴식한 만큼 아픈 일생이 아물어진다면 / 좋겠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 굵직굵직한 나무 등걸 아래 앉아 억만 시름 접어 날리고 / 결국 끊지 못했던 흡연의 사슬 끝내 떨칠 수 있을 때 / 그늘 아래 앉은 그것이 그대로 하나의 뿌리가 되어 / 나는 지층 가장 깊은 곳에 내려앉은 물맛을 보고 / 수액이 체관 타고 흐르는 그대로 한 됫박 녹말이 되어 / 나뭇가지 흔드는 어깨 짓으로 지친 새들의 날개와 / 부르튼 구름의 발바닥 쉬게 할 수 있다면 (중략) / 바빌론 강가에 앉아 / 사철나무 그늘을 생각하며 우리는 / 눈물 흘렸지요  

이 시는 장정일의 <햄버거에 관한 명상>이란 시집의 첫 시인데요. 이 시를 읽고 있으면 보니 엠의 노래가 생각납니다. ‘바빌론 강가’에서라는 노래인데요. 80년대 디스코텍에서 많이 틀어주던 노래입니다. 그땐 그 노래가 노예의 노래인지, 기독교도의 노래인지 잘 모르고, 거기에 실린 은유를 모르고, 그냥 따라 부르고, 그냥 몸을 흔들었지요. 

저도 참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실직의, 일생의 고통을 아물게 해줄 그런 나무 아래서 단잠을 자고 싶습니다. 누구나 삶에 지쳐 그러고 싶을 때가 있잖아요.  바빌론 강가에 앉던, 소양강가에 앉던, 그런 신화적인 나무 아래 쉬고 싶습니다. 휴식이 소원이 되어 버린 현실 앞에 우리는 지쳐가고 있지요.

그래도 힘내세요. 영원히 굴러 떨어지는 바윗돌을 지고 오르는 시시포스(Sisyphos)처럼 그래도 우리 삶이잖아요.

한승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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