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에서 활동하는 문인들의 모임인 문소회가 14인의 작품을 주렴(珠簾)처럼 엮어 『춘천의 옛 풍경 Ⅱ』 ‘오롯한 풍경 마음을 내다’를 출간했다. 이 작품집 중에는 레고랜드 사업부지인 중도에 대한 시가 한 편 실려 있다. 문소회 회원으로서 갤러리 ‘송암아트리움’을 운영하는 차문학 관장이 쓴 ‘그냥 놔두라’라는 시가 바로 그것이다.

춘천시 중도동 128번지/ 부장품 없는 빈자리/ 머문 혼이 놀라 깨다/ (중략) 우리가 지켜 다음 세대에/ 전해줄 소명임을 모르시나/ 켜켜이 쌓여진 선조의 더께가/ 허공에 사라지는 모습 보며/ 혀끝에 자개바람 들었는가/ 좌우지간 그냥 놔두라

차 관장은 중도 선사유적지가 파헤쳐지는 상황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시에 고스란히 담았다. 그러면서 혀끝에 ‘자개바람’이 들었냐고 우리를 힐난한다. ‘자개바람’이란 쥐가 나서 근육이 굳어진 것을 말한다. 이번에 발간한 책에 ‘그냥 놔두라’(중도 선사유적지)를 포함해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고산), ‘봉황을 보기 위해 한발 비껴서다’(봉황대), ‘신연나루에서’, ‘청평사에 들다’ 등 10편의 시를 수록하고 표지 그림도 직접 그렸다.

차 관장의 고향은 서울이다. 오랜 동안 문화예술 분야에서 일을 했다. 1994년 춘천으로 이주한 후 ‘청오 차상찬’ 선생의 일생을 재조명하는 ‘청오 차상찬 기념사업회’ 일을 하며 송암아트리움을 운영해 왔다. 차 관장은 중도 문제는 춘천이 가진 잠재적 동력을 사라지게 만드는 일이며 역사적 가치를 훼손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지난 이른 봄에 풍물시장을 지나다 레고랜드 사업을 반대하지 말라는 관제 찬성집회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 광경을 보고 지은 시가 ‘그냥 놔두라’였다. 중도뿐이 아니다. 춘천은 옛 선인들이 거쳐 간 흔적들이 많은 도시다. 그 많은 명소들이 도외시되고 있어 안타깝다. 봉황대가 그렇고, 중도가 그렇다. 소양정, 고산 등 수많은 명소가 지역의 정체성이 될 수 있는데 말이다.

차 관장은 또 지역의 작가를 조명하는 일만큼 중요한 게 다른 지역 작가들의 작품을 시민들에게 보여주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래야 시민들이 작품을 보는 안목이 커지고 작가들의 외연도 넓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송암아트리움’을 운영하며 지켜나가는 방침이라고 한다. 차 관장의 꿈은 어린이 전용 미술관을 건립하는 것이다. 기존 미술관은 어린이들에게 강요만 한다. ‘만지지 마라’, ‘기대지 마라’, ‘들어가지 마라’ 등 하지 말라는 것만 있다. 이래서는 아이들이 미술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없다. 아이들이 마음대로 만지고, 기대고,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는 미술관을 만들고 싶다고 한다.

선인들이 남겨준 유산을 통해 지역의 정체성을 찾고, 그것을 발전의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는 말 속에서 지역 문화유산에 대한 사랑을 진하게 느낄 수 있었다.

오동철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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