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듯한 겨울이 지속되면서 겨울 축제를 앞둔 자치단체들은 얼음이 얼지 않아 안절부절 하고 있다. 겨울이 따듯하면 사람 사는 데는 그만이지만 그래도 겨울은 겨울다워야 한다. 오랜만에 겨울다운 추위가 오는 듯 하더니 한낮의 기온은 다시 늦가을 날씨를 보인다.

의암호를 따라 드라이브하는 기분으로 차를 달려 찾아간 현산 신대엽 화백의 작업실. 신화백의 작업실은 주변으로 인삼밭과 남새(채소)밭이 옹기종기 손을 잡고 있는 한적한 농촌마을에 있는 오래된 농가다. 겨울바람을 막으려고 쳐놓은 비닐장막의 작은 문을 열고 들어가니 대청마루에 붙은 생활공간이 연결되고 사랑채에는 작가가 그린 그림들이 보관돼 있다.

지난달 광복70주년 기념 ‘산과 함께 70, 미술에 담은 우리 강원’전에 ‘1928년’이란 대작을 출품한 작가는 정밀한 터치와 미세한 감정까지도 표현해내는 화풍을 보인다. ‘1928년’이란 작품을 보면서 작가의 부친에 대한 마음을 어렴풋이 읽은 터라 기대가 컸다.

서울 토박이인 작가가 춘천에 정착한지도 벌써 30년이 훌쩍 넘었다. 그동안 작가의 그림에서 나타난 춘천의 옛 풍경과 골목길 풍경들을 보아온 독자들은 작가의 고향이 춘천이라 생각할만한 세월이었다. 그런 화풍이 작가만의 그림세계다.

기억 속 춘천 풍경을 되살리다

부친이 살아온 시대를 대서사시처럼 그려낸 ‘1928년’에서 작가는 부친을 잔잔하게 그리고 있다. ‘1928년’ 그림의 주기에는 “나의 아버님은 무진년 경북 의성에서 열두 남매의 일곱째로 태어나셨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겪으셨다. 20여년간 공직 생활을 하시고 1987년 퇴임하셨다. 스물일곱에 결혼하여 세 명의 자녀와 여섯 명의 손자를 두셨다. 회혼을 앞두고 해로하고 계신다”고 적고 있다.

작가의 ‘1928년’은 부친이 태어난 일제강점기부터 현대에 이르는 한편의 서사시다. 이 외에도 작가가 그린 여성스러운 필치의 꽃, 나비, 새 등의 작품은 얼마나 세밀한지 마치 초상화를 보는 듯하다. 어느 블로거가 옮겨간 작가의 작업노트에는 참새 한 마리를 그리기 위해 마치 해부노트처럼 치밀하게 특징을 잡아내려는 노력의 흔적도 나타난다.

작가노트

작가는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다. 한때는 서양화에 대한 회의로 그림을 그리지 않았다고 한다. 작가가 다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건 조선시대 문인화가 주는 예술적 가치를 알게 된 때부터라고 한다. 우안선생을 만나며 동양화에 빠져들고 그 시기부터 문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한다.

춘천의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봉의산 풍경’과 ‘아이들 놀이’라는 제목으로 춘천의 옛 골목풍경을 그린 그림에서 작가는 이제는 사라지고 다만 기억 속에 남겨진 춘천의 옛 풍경을 독자에게 전하고 있다.

춘천 절기 전계심,
작가에 의해 다시 태어나다

신대엽 作 ‘전계심 초상’ 

그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춘천 절기 전계심의 초상도 작가에 의해 살아났다. 소양강 처녀의 원조라고까지 전해지는 전계심은 춘천의 절기로 몇몇 사람들에 의해 근근이 명맥을 이어오다 작가의 그림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새롭게 태어났다.

중국의 천재 문인화가 왕자무의 그림을 보고 문인화를 그려야겠다고 생각했다는 작가는 조선시대 문인화가 가진 동양적 특징이 서양화에 비해 부족함이 없다고 한다. 섬세한 필치로 감성의 극치를 보여주는 작가는 내년에 문인화를 중심으로 개인전을 준비하고 있다.

글 오동철 시민기자 / 사진 김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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