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강원고서 ‘탈북청소년과 함께 하는 통일이야기’ 열려

지난 11일 강원고등학교 봉암아트홀. 교복을 입은 소녀가 무대 위로 올라왔다. 멀리서 봐도 웃는 모습이 예쁜 여학생의 등장에 강당을 가득 메운 남학생들이 환호했다. 수줍어하는 소녀. 그녀는 홀로 한국에 어렵게 도착한 탈북소녀 조○○양(18세)이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춘천시협의회(회장 이동균)가 강원고 학생(300여명)을 대상으로 ‘탈북청소년과 함께 하는 통일이야기’를 개최했다. 또래 청소년들의 남북 만남. 소녀는 담담히 북한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9살 때 드라마 ’천국의 계단‘ 처음 봐

북한의 청소년들도 대학을 가고 싶다. 그러나 꿈조차 꾸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다. 부모나 가족이 나쁜 신분(친일파, 월남 가족 등)을 가지고 있으면 공부를 잘해도 소용이 없다.

그래서 꿈이 없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어른들의 눈을 피해 강가에 나가 또래 이성친구와 데이트를 하는 아이들도 더러 있다. 남한의 분위기와는 다르게 선생님이나 어른들을 만나면 숨는다. 혼나기도 하지만 민망하고 부끄러워 숨는 이유가 더 많다. 중국을 통해 들어오는 남한의 콘텐츠를 몰래 보기도 한다. 보통 USB에 담겨 있는데 한 아이가 구하면 친구들과 모여 숨어서 본다. 들키거나 발각되면 단련대(노동을 통해 교화하고 사상교육을 시키는 곳) 처벌을 받거나 벌금형을 받는다.

초범이 아닌 경우 가족들에게 그 책임이 돌아가기도 한다. 조양은 9살 때 드라마 ‘천국의 계단’을 처음 봤다.

어릴 때부터 사상교육을 받기 때문에 김일성, 김정일을 신처럼 추앙한다. 인터넷 같은 다른 자료를 볼 기회가 없기 때문에 대부분 그렇게 믿고 있다. 그러나 김정은으로 정권이 넘어 오면서부터는 생각을 달리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많은 주민들이 자본주의나 민주주의를 꿈꾼다. 하지만 김정은 정부의 공포통치 때문에 함부로 표현하지 못한다.

“나는 빨갱이가 아니다”

엄마와 함께 북한에서 빠져나올 때는 그야말로 산을 넘고 강을 건넜다. 차 한 대에 16명이 타고 이동한 적도 있었다. 중국에서 5개월 정도 숨어 지내다가 라오스와 태국을 거쳐 남한에 들어왔다. 숨소리조차 낼 수 없었다. 악어가 살고 있는 메콩강을 건널 때가 제일 무서웠단다. 조양은 이 과정에서 엄마와 떨어져 남한에 1년 먼저 들어왔다. 최근에서야 1년 만에 남한에서 엄마를 다시 만났다.

통일을 꿈꾼다. 북한에는 아직 할아버지, 할머니, 아빠와 남동생이 남아 있다. 통일을 위해선 경제격차를 극복하는 것보다 문화격차를 줄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조양. 다양한 교류를 통해 서로에 대한 편견을 깨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남한에 들어온 탈북청소년들은 ‘한겨레 중·고등학교’에 다니며 적응기간을 갖는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일반학교로 전학을 가는데 신분을 숨기는 친구들이 많다. 가장 상처가 되는 말은 ‘빨갱이’이다. “나는 빨갱이가 아니다”라고 조양은 당당히 말한다.

“북한에 있을 때는 꿈이 없이 그냥 살았다. 남한에 들어오니 꿈이 생겼다. 간호사가 되고 싶다. 그저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고 아픈 사람들을 돌봐주고 싶다”며 조양은 미소를 지었다.

한 시간 반쯤 이어진 대화. 소녀는 비록 작은 목소리를 내고 있었지만 그 울림은 깊고 당당했다.

 

김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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