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동물보호 활동가 웬디맘의 또 다른 식구 이야기

강아지 두 마리를 키우고 있다. 한 놈(“쬐깐”)은 오른쪽 몸통에 화상을, 한 놈(“뭉치”)은 다리관절 문제로 
수술을 받았다. 둘 다 원래 주인에게 버림을 받은 후 우리와 인연이 돼서 함께 살고 있다. |
거기에 1~2달 전부터 신흥늘배움터 마당에 터 잡고 살고 있는 ‘욤이’라 불리는 길고양이까지 한 식구가 됐다.
이렇게 거리의 친구들을 식구로 들이다보니 그대로 버려지거나 방치된 친구들은 
어찌 되었을까 궁금하고 염려스러웠다. 춘천에서 유기 동물 보호 활동을 하는 웬디맘(가명)울 만나기 위해
“햇살가득쉼터”를 찾았다.

누구도 데려가지 않는 고령,

 

장애동물의 호스피스 쉼터, “햇살가득쉼터”
“햇살가득 쉼터”를 마련하게 된 사연이 있을 것 같은데요?

웬디맘 춘천시 동물보호센터가 2013년 신북읍으로 이전하기까지 신동의 개인 소유부지에 있었어요. 시설도 비닐하우스로 열악했고 견사도 바닥이 철망으로 되어 있어 보호소라고 하기엔 부족했죠. 그때 몇몇 분과 봉사활동을 했어요. 작고 예쁘고 건강한 강아지나 품종고양이들은 재분양이 되거나 주인이 찾아 가는 경우가 많은데, 장애가 있거나 아프고, 노령견이나 길고양이는 찾아가지도 분양되지도 않는 채 시설에 머물다 안보이면, 그 사이 별(죽음)이 된 거죠. 너무 미안하고 마음이 아파서 같이 활동하시는 분들과 함께 쉼터를 만들게 됐어요. 동물을 위한 호스피스시설 같은 곳이랄까요.

햇살가득쉼터는 어떻게 마련되었나요?

웬디맘 햇살가득쉼터를 시작한 것은 2011년부터예요. 임대료 월 10만원 하는 창고 하나를 구해서 시작했는데 아이들이 늘어나 창고하나를 더 임대해 고양이와 강아지들이 따로 생활하게 되었죠. 노령견, 장애견, 다친 길고양이 위주로 쉼터에서 돌보기 시작했어요. 지금까지 60마리 정도 되는 강아지, 고양이들하고 인연을 맺었네요. 경계심이 적거나 장애가 있어도 어린경우에는 입양되는 경우가 있지만 노령견들은 거의 쉼터에서 생을 마감했죠.

그전 쉼터는 위치가 알려져 근처에 멀쩡한 강아지나 고양이를 키워달라고 두고 가는 경우가 있었다. 또한 쉼터가 이익활동을 한다는 오해까지 더해져 속상한 일이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현재 옮겨진 공간이 공개되고 본인의 실명이 밝혀지는 것을 ‘웬디맘’은 꺼려했다.

지금은 고양이가 많아 보입니다.

웬디맘 예전에는 춘천시가 민간에게 유기동물보호를 위탁했었어요. 말이 시설이었지 그냥 비닐하우스 안에 철창을 두어 동물들을 수용하고 있는 정도였어요. 임신된 고양이들이 새끼를 낳으면 새끼들이 철망 사이로 빠져 쉽게 죽는 경우가 잦았어요. 또 강아지와 달리 고양이는 입양을 하려는 사람이 없어서 보호 시설에서 안락사를 당하거나 병으로 죽는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그래서 고양이들도 데려오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고양이가 더 많아 졌어요.

길고양이 돌보는 이들 간 네트워크 만들고
사료함 설치하는 서울 강동구


지자체에서 어떤 지원이나 보조도 없는 상황인가요?

웬디맘 봉사 활동을 하던 사람들이 십시일반해서 사료값과 임대료를 도와주고 있었지만, 사실 들어가야 할 비용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상태였죠. 현재는 후원자분께서 비워진 공간을 내주셔서 임대료 걱정을 덜은 것이 그나마 다행이에요.

길고양이에 대한 제도적 보호나 관심은 거의 없나 봅니다.

웬디맘 지자체 관심도 그렇지만, 우리나라 사람들 대체로 길고양이나 유기동물을 사람과 같이 살아가는 구성원으로 보지 않는 것 같아요. 그래도 강동구나 서울시의 공원급식소 사례는 그나마 희망이 됩니다. 강동구청은 길고양이를 돌보는 사람들(캣맘, 캣대디)을 서로 네트워크로 묶어 각 동네 상황을 공유하고, 급식소별 책임자를 배치한다고 해요. 또 동네마다 길고양이들을 위한 사료함을 두어서 쓰레기봉투를 뒤지는 일을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서울시도 용산가족공원에 급식소를 허가해 동물보호단체에서 운영할 수 있게 해줬고요.

유해동물로 취급되는 길고양이는
보호받기도 더 어려워


지나다니다 보면 유기견보다 길고양이들이 더 눈에 띠어요.

웬디맘 강아지들은 유기동물로 분류돼 법적인 보호대상으로 길을 떠돌면 동물보호시설로 옮겨지는 것이 일반적인데 길고양이는 유해동물로 취급돼 다쳐도 보호시설이나 병원으로 데려가지 않고 방치되기 십상이에요. 길고양이 특성상 보호소에 수용되면 스트레스로 자기 수명을 다 못하는 경우도 많고요. 제일 좋은 방법은 길고양이 영역별 개체수를 조절하는 TNR (중성화 수술 후 풀어주는 것)이 확산되는 거예요. 지금은 개인들이 TNR사업을 소규모로 진행하고 있지만 역부족이죠. 춘천시도 TNR사업에 대해 고민을 해 주셨으면 해요.

앞으로 쉼터 운영에 대한 계획이나 바람이 있으시다면

웬디맘 지금 쉼터는 고양이들의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요. 비용이 아직 부족해서 강아지들 공간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지만, 강아지 보호 시설을 늘리고 산책 공간도 마련하려고 해요. 무엇보다 우리가 주변에서 보는 동물 또한 우리 도시를 구성하고 있는 주인공으로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사연 있는 동물들이 쉬고 있는 ‘햇살가득쉼터’에 대한 관심과 후원(사료나 소모품 등)을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TV 프로그램에 나오는 유기 동물이나 학대받은 동물에 대해서는 눈물을 흘리면서도 정작 내가 다니는 길가에서 쓰레기통을 뒤지는 고양이를 보고서는 눈살을 찌푸리는 우리. 같은 유기동물도 고양이와 강아지에 붙은 이름표가 다른 현실. ‘웬디맘’과 쉼터의 고양이들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미안함이 무겁게 내려앉는다. 길고양이를 도시라는 공간을 함께 구성하는 주인공으로 봐달라는 ‘웬디맘’의 마음이 모두에게 전달되기를 바란다.
 

강종윤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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