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아프지 않으면
딸과 함께 계속 한복 만들고 싶어”


“중앙시장에서 나 모르는 사람 없지. 젤 고참인데.”

48년째 중앙시장에서 한복집 ‘한복나라’를 운영하고 있는 이남식(80) 할머니는 중앙시장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장인이다. 이씨는 한복이 좋아서 일을 배우게 됐고, 한복으로 4남매를 다 키워 대학까지 보내게 됐다며 얘기 보따리를 풀었다.

지금은 막내딸 최문숙(51) 씨가 대를 이어 한복을 만들고 있다.

4남매 중에서도 어릴 때부터 유독 집안일을 잘 거들었다는 막내딸 최씨. 초등학교 때부터 엄마를 도와 바느질을 시작했고, 바짓단을 뜯을 때마다 100원씩 번 돈으로 4만원을 모아 중학교 등록금을 낼 만큼 남다른 딸이었다. 그러던 막내딸 최문숙 씨가 20여년전부터 한복집을 본격적으로 거들면서 ‘덕두원한복’을 지금의 ‘한복나라’로 이름을 바꿨다. 원래는 한복 바느질만 했는데 최씨가 함께 하면서 포목도 취급하고 규모가 커졌다고 한다.

예복도 대여를 하는 세태라 예전과 비교할 때 일감은 줄었지만 세월만큼이나 쌓인 명성과 노력 덕에 요즘에도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쉼 없이 일을 한다.

일손이 딸릴 만큼 바쁘게 한복을 만들고 있지만, 한창 때와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예전에는 그야말로 집에 들어갈 시간이 없을 만큼 일이 많았다고.

막내딸 최씨는 ‘기능사 자격증’이 필요 없음에도 1998년에 서울까지 가서 국가기술자자격증을 취득했고, 지난해와 올해 연달아 강원도기능대회 한복부문 금상 수상의 영예도 안았다. 내년에는 전국대회에 도전한다.

최씨는 한복집 일도 바쁜 와중에 중앙시장 방송국인 ‘낭만 FM’ 방송국장으로 매일 오후 5시부터 5시 30분까지 방송을 진행한다.

최씨는 생활한복을 직접 디자인 하고, 공연복이나 무대복은 공연 성격이나 단체에 맞는 옷으로 만들어준다. “한복을 우리 옷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명절 때만 입는 옷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쉽다”는 최씨는 새로 맞추기 보다는 입던 한복을 조금씩 수선해서 맞춰 입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오랜 세월 한복을 만들어 온 애정으로 고객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며 오래된 한복집의 비법을 엿볼 수 있었다. 팔순의 나이에 이제는 딸의 보조 역할을 자청하는 이남식 할머니는 “나보다 잘해. 저고리 예쁘게 하는 거 다 해” 하면서 딸에 대한 칭찬을 멈출 줄 모른다. “몸이 아프지 않으면, 계속 한복을 만들며 딸을 돕겠다”고 말하는 이남식 할머니와 막내딸 최씨의 웃는 얼굴에서 한복사랑이 듬뿍 묻어났다.

 

글 김은하 기자 / 사진 김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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