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욱재 춘천시 부시장이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에 소환되면서 춘천시청, 강원도청의 공직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관련이 있는 사람들은 관련이 있어서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관련이 없는 사람은 관련이 있는 사람들의 부산함과 산만함으로 효율적인 업무에 지장을 받고 있다. 검찰과 중도 레고랜드 공사 시행사로서 문제의 당사자인 엘엘개발 주변에서 흘러나오는 복수의 정보를 종합해보면 이번 사건이 이욱재 부시장의 문제로 국한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어 당분간 공직사회에서 초미의 관심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사실 레고랜드 사업은 시작 초기부터 여러 가지 문제가 많았다. 문화재 발굴허가 신청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발굴이 진행되었는가 하면,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행되기도 전에 시행사인 엘엘개발의 민건홍 전 총괄본부장이 구속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최근에는 원삼국(철기) 시대의 일종의 성곽터라고 할 수 있는 환호가 발견돼 중도의 문화재적 가치를 더욱 분명하게 각인시켜주기도 했다. 특히 이번에 발견된 환호는 한쪽 면이 최대 800m에 이르는 대규모 환호로서 세계적으로도 아직까지 발견된 사례가 없는 희귀 유적지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강원도청은 레고랜드의 공사를 당초 일정보다 늦어지지 않도록 하겠다며 지난달 26일 중도 레고랜드 코리아 사업자인 영국 멀린엔터테인먼트그룹 닉바니 대표이사를 불렀다. 이런 의지를 널리 보여주기 위해 당초 계획대로 테마파크를 개장하겠다는 협약서를 쓰고 이를 언론에 공개했다.

쉽게 납득할 수 없는 행보다. 그러나 이욱재 부시장의 뇌물수수 의혹, 민건홍 전 총괄본부장의 구속을 고려해보면 왜 이런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공사기간을 앞당기려 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중도의 역사유적지를 갈아엎어 레고랜드로 조성하는 일보다 세계적으로 희귀한 성곽과 고대 생활유적을 오히려 잘 복원하여 국가문화재로 관리하는 일이 문화적으로나 사업적으로 더 이익일 수 있다는 역사학계와 시민사회의 제안을 이제는 더 이상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 되었기 때문이다. 공직자들이 사업자에게 약점이 잡혀 합리적인 의견을 들을 수 없게 됐다는 이야기다. 앞으로 진행될 검찰 수사를 통해 정확한 사실이 드러나겠지만 5천만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찬성집회를 조작하고, 양복과 양주 등의 뇌물을 주고받았다는 혐의는 앞으로도 사정이 달라질 전망을 어둡게 한다.

그래도 포기할 순 없다. 검찰의 수사를 통해 업자와 공직자의 검은 거래 관계를 명백히 밝히고 하루빨리 이 관계를 끊어내야 한다. 그래서 강원도민의 세금으로 몇몇 업자의 배만 불리는 일보다 춘천시민, 강원도민에게 실질적인 이익이 될 수 있는 사업을 제대로 찾을 수 있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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