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벗은 국토 숲으로 만든 일등공신

춘천에 아주 특별한 나무가 있었다.

신북읍 천전리에 있는 국립산림품종관리센터 시험장의 현사시나무가 그 주인공이다.

현사시나무는 우리나라 육종학의 큰 산인 현신규 박사(1912~1986)가 인공교배한 나무로 헐벗은 국토를 울창하게 바꿔놓는데 결정적인 공을 세운 일등공신이다.

현신규 박사는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뛰어난 업적을 남긴 과학자 14명에 이름을 올린 사람으로 ‘나무 한 그루를 심는 것이 곧 애국’이라고 강조했다.

현사시나무는 ‘은백양’과 ‘수원사시나무’의 교잡종으로 생장 속도가 빠른 활엽수다. 현신규 박사의 성을 따서 현사시나무라 불린다. 줄기는 회색빛이고, 잎은 어긋나고 달걀 모양 또는 타원 모양으로 가장자리에 불규칙한 톱니가 있다. 뒷면에 흰털이 촘촘히 나며 길이는 3~8cm다. 꽃은 암수딴그루 또는 암수한그루로 4월에 핀다. 열매는 5월에 익는다.

나뭇잎자루가 길어 미풍에도 마구 흔들리기 때문에 ‘사시나무 떨 듯’이란 말이 생겨났다.

태풍보다 무서운 민원

그런데 현사시나무 시험포가 사라졌다. 나무속이 비어 태풍에 쓰러질 위험이 커진다고 민원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춘천의 지명 중에는 숲과 관련된 것이 많이 남아 있다. 당숲 또는 당림이라는 지명과 당숲안(당수반)이라는 지명은 신당을 모신 숲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당림이 사라진 곳에 기업이 들어섰다.

한순간의 판단으로 수십 년 혹은 수백 년 동안 마을을 지켜온 숲이 사라지는 모습을 우린 너무 많이 봐 왔다. 마을지명에 남은 당림은 과거 숲의 존재를 보여주고 있지만 그 숲은 사라진지 오래다. 오랜 세월 마을주민들과 교감하며 문화를 만들어 온 숲이나 나무가 민원 때문에 쉽게 잘려 나가서는 안 된다.

김남덕 (강원사진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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