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 (김예진 수예)
 

이별을 한다면 동백을 닮고 싶다.
주어진 일에 힘을 다하여
붉은 꽃과 푸른 잎 싱싱하게 키우고
열매를 맺고,
꽃잎 분분히 날려 어지럽히는 일 없이
산 뒤안길에서 조용히 고개 떨구어
그 자리 아름다워,
가는 이의 발길을 붙잡는
동백꽃은 죽어서도 아름답다.
일도 사랑도 사람도
정성을 다하면
미련이 남거나 회한은 없으리라.
하지만 어디
사람의 일이란 게 말처럼 쉽다던가?
 

한 해의 마지막인 12월에는
아쉽고 미안했던 일들이 자꾸만 생각난다.
잘못 가기도 하고,
그래서 돌아오기도 하고,
어떤 때는 머뭇대기도 하지만
걸음걸음 동백꽃처럼
이별하는 연습을 해야겠다.

김예진 (자수공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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