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열로 조성된 거대 환호,
춘천 유력 정치체의 존재 추정

이번에 발견된 환호는 3열로 조성되어 있다. 전문가 검토회의 자료에는 중도 안쪽으로부터 동쪽의 강 쪽으로 환호1, 환호2, 환호3으로 지정돼 있다. 전문가 검토회의에서는 이번 환호 발굴에 대하여 “환호는 여타 지역 사례에 비춰 중심취락과 밀접한 연관이 있으므로 본 환호취락은 춘천지역 유력 정치체의 중심읍락일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번에 발굴된 청동촉은 한반도 청동기시대 연구에 획기적 자료라고 전문가들은 밝히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원삼국(철기)시대 환호의 발견은 총 길이 400여m에 이르는 충남 홍성 석택리 유적이 대표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중도 환호는 일부만 발견되었음에도 길이가 800m에 이르고 3로 조성되었으며, 환호와 환호 사이 이격지대에서 환호 관련시설로 보이는 주혈구멍도 발견돼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환호와 관계된 주혈은 환호와 더불어 목책이나 망루가 설치됐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춘천지역에 존재했던 유력 정치체의 규모가 상당했다고 추정할 수 있으며, 이는 춘천 맥국 문제와도 관련된 중요한 유적이라는 지적이다.

세계 최대의 원삼국(철기) 환호일
개연성 크다


이번 발견이 특히 의미가 큰 것은 세계적으로도 아직까지 발견된 사례가 없는 대규모 환호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중도에서는 이 외에도 지난 6월 9일 발표된 대로 중도 중심부 삼국시대 석곽묘에서 고구려계 금귀걸이가 발굴된 바 있다. (사)춘천역사문화연구회 관계자와 고고학 전문가에 따르면, 이미 3천여년 전에 계급사회가 형성되었음을 알려주는 주거지를 둘러싼 대형 청동기 환호가 지난해 발굴된데 이어 원삼국(철기)시대의 초대형 환호까지 발견됨에 따라 중도가 우리나라 고대유적의 보고임을 다시 한 번 확실하게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지난해 비파형 청동검이 2자루가 발굴되고, 남한에서 두 번째로 부채형 청동도끼가 발굴된 데 이어 올해에는 귀족층의 전유물인 금귀걸이가 발굴됐다. 여기에 철기시대 대규모 환호까지 발굴되면서 중도개발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더욱 높아지게 됐다.

다른 지역과 일본은 보존 및
역사 체험 관광자원으로 활용


선문대학교 석좌교수인 이형구 교수를 비롯한 대다수 고고학 전문가들은 지난해 발굴에 이어 올해 다른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중요한 유적들이 계속해서 발견되는 중도에 더 이상 개발사업을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레고랜드 시행사와 강원도는 복토를 통해 보존을 하고 사업을 계속하려 하지만, 이토록 중요한 문화유적을 100년간이나 땅속에 묻어두고, 민간에 부지를 헐값에 매각한다는 것은 국가예산을 써가면서 중요한 문화유적을 훼손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춘천사람들>이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주요 환호의 처리결과를 조사한 결과, 그동안 발굴된 주요 환호는 사적지정 등으로 보존하고, 개발사업을 중지한 것으로 나타났다.(표 참조)

겨울철 유적훼손 방지할 국가적 대책 필요

겨울철을 맞아 중요한 역사유적이 훼손될 우려가 있어 국가적 대책이 요구된다. 겨울철 동안 비록 유적발굴을 중지하고 부직포와 복토로 유적을 보호한다고 하나 의암호 수위가 높아지면서 유구가 물속에 잠기고, 복토 보전도 하기 힘든 상황임이 확인됐다.

기자가 지난 12월 4일 중도 현지를 점검한 결과 올해 발굴이 이루어진 섬 동쪽지역의 유적 일부가 최대 30cm 이상 물에 잠긴 상태임을 확인했고, 섬 서쪽 주거지 밀집지역도 일부가 물에 잠겨 모래 복토를 진행하지 못한 상태였다.

엘엘개발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보다 의암호 수위가 빠르게 높아져 하층 유구 발굴은 물론 보존조치에도 애를 먹고 있다고 밝혔다. 중요한 유적에 대한 보존조치를 위해 의암호 수위를 낮추는 등 국가적 차원의 대책을 수립하기 위해 강원도와 문화재청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또 다시 초대형 환호 유적과 금귀걸이 등 중요한 유적과 유물이 연이어 발굴되면서 레고랜드 사업의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더욱 거세게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오동철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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