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담한 봉의산, 잔잔하고 여유롭게 아우르는 의암호. 도심 어디서나 넉넉하게 바라볼 수 있는 산세와 부드러운 능선에 매료돼 30여년 미국생활을 청산하고 3년 전 흔쾌히 춘천으로 이주했다.

석파령너미길·금병산·대룡산·오봉산이 친숙해지고, 품걸리·물안마을·부귀리 깊은 계곡물도 소양강 줄기 되어 가슴으로 흐르고, 물노리·물깨말 구구리도 익숙해질 무렵, 비로소 사람과 사회가 보이기 시작했다. 감성으로 약속하고 속임수로 무마하려는 거짓말하는 지도자, 편 가르기에 안주하려는 협잡 정치인, 부정부패에 편승하는 기득권층, 교육으로 재건한 대한민국을 인성과 소양을 무시한 채 점수 획일주의로 방치하는 교육정책. 뛰어난 경제성장과 세계일류인 지식수준을 자랑하는 대한민국인데, 정작 국민의 행복지수는 오히려 퇴보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나름대로 살펴보니 그 근간에는 법질서의 미숙과 불공정이 선진국과 확연히 달랐다. 역전과 시외버스 터미널 주변에는 합법적인 정차구역이 단 한 곳도 없다. 등하교 시 학교 앞도 마찬가지로 아이들이 사고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되는 현장이다.

친지를 맞이하고 배웅하기 위한 승하차조차 금지돼 쫓기듯 서두르는 우리의 모습과 선진국 공항 출입구 앞에서 짐을 내리고 포옹하며 환송하는 여유로운 모습이 오버랩 돼 씁쓸했다.
사람과 시민에 대한 배려와 보호가 철저하게 무시된 일례일 뿐 정책의 불합리와 불공정은 도처에 있다.

<춘천사람들> 창간소식을 듣고 기꺼이 동참한 것도 사람과 사람, 이웃과 이웃이 소통하여 보다 나은 도시에 살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됐다. 봄내 시민으로서 동행, 그 첫발을 내딛는다.

 

최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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